[르포] 마트로 출근도장 찍는 ‘마스크 난민’…1시간 기다려 3장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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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2-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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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실 인근 대형마트, 편의점, 약국 10여곳 2~3시간 '마스크 구하기' 특명

  • 대부분 매장 오픈과 동시에 품절...오픈전 1시간부터 대기 인파로 북적

 

"어제도 왔는데 못 샀다. 집에 있는 아내가 호흡기가 좋지 않아 산책을 나가려면 꼭 마스크를 껴야 한다. 오늘은 반드시 사서 돌아가겠다."(70세 남성·A씨)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6일 기자가 송파구 일대 대형마트와 약국·편의점·생활용품점 등 10여곳 넘게 돌아다녔지만 일회용 마스크 판매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3시간 동안 기자가 손에 넣은 마스크는 단 3장에 불과했다.

전날 마스크 500여장이 들어와 송파구 일대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는 롯데마트 잠실점을 찾았다. 이날 마트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부터였지만 오전 9시부터 마트 입구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하 2층과 지상 1층에 마련된 각 마트 출입구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빙빙 둘러 자체 대기줄을 만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박모씨(56)는 "집 근처 약국에서 마스크 4장을 2만원에 파는 걸 보고 줄을 서더라도 (마트에서) 구매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10장은 사가야 하는데 인당 3매 밖에 구매를 못하게 하니까, 우선 이것부터 구매를 한 뒤 다른 매장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롯데마트 잠실점에는 마스크 3장짜리가 1봉에 묶인 '크리넥스 KF94' 마스크 200개가 입고됐다. 1인당 구매수량은 1봉으로 제한했지만 매장 오픈 5분 만에 200개가 전부 품절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사실 오늘은 입고 물량이 최근 1주를 통틀어 가장 적은 날"이라며 "내일 얼마나 들어올지는 오후 늦게 결정되기 때문에 구매를 원하면 내일 또 줄을 서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착순 200명 안에 들지 못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고도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익명을 요청한 30대 여성은 "어제는 30분, 오늘은 40분가량 기다렸는데 결국 못샀다"면서 "오늘 못산 사람에게는 번호표라도 미리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매일 출근길마다 '마스크 스트레스'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잠실 롯데월드몰 내에 있는 마트와 주변 약국 5곳, 편의점 3곳, 다이소 등을 포함해 10군데를 더 돌았지만 마스크 진열대는 모두 비어 있었다. 송파구 인근에 있는 강동구 이마트 천호점, 현대백화점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의 마스크 판매는 모두 오전 10시경 매장 오픈과 함께 종료됐다.

잠실역 인근 이마트24 편의점 직원은 "물건이 워낙 극소량만 들어와 1인 1매로 판매하고 있지만, 들어오기 무섭게 팔려나간다"며 "마스크 발주를 며칠째 못넣고 있어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몰에 입점한 한 생활용품점 관계자는 "마스크는 진열하지 않고 계산대에서 판다"면서 "1인 5매로 제한했지만, 아침부터 줄을 서 기다린 손님들이 모두 사갔다"고 설명했다.

약국들과 다이소는 아예 출입구에 '마스크 없음. 손소독제 품절'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놨다. 잠실 J약국 약사는 "워낙 소량씩 들어오는데다 최근 2~3일 사이에는 아예 입고 자체가 안됐다"면서 "지금은 보시듯 면마스크만 4000원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 점원은 "언제 와야 마스크를 살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늘은 입고 계획이 없고 내일도 장담할 수 없다"면서 "그날그날 아침에 와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천호점에서는 오전 10시경에 마스크 구매 사전 대기자들에게 번호표를 배부한 뒤 당일 오후 3시부터 판매하고 있었다. 마트 관계자는 "1인당 10개 이하로 구매 가능하며, 수령제한시간(30분) 이내에 수령하지 못하면 다음 손님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시간을 꼭 맞춰오라"고 당부했다.

기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가량 모두 10여곳의 편의점과 약국, 편의점 등을 찾았으나 결국 목표했던 10개 구매를 달성하지 못했다. 마치 '패잔병'처럼 발걸음이 무거웠다. 마지막으로 들른 D약국 관계자는 "내일부터 약국과 우체국, 농협 등에 350만장의 마스크가 풀린다고 하니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면서 "이 전쟁 같은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회용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마트 오픈 전부터 줄을 선 대기자들.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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