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봉준호에 “아내가 팬”…봉 감독 “대장정 마무리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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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2-2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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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 등 영화 ‘기생충’ 제작진·출연진 20여명 청와대 초청

  • 아카데미 수상 축하…김정숙 여사표 ‘짜파구리’ 메뉴 눈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영화 ‘기생충’과 관련해 “우리 영화 100년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도, 새로운 오스카 역사를 쓴 것도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봉준호 영화감독을 비롯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 제작진·출연진과 특별한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에는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을 비롯해 송강호·이선균·조여정·박소담·이정은·장혜진씨 등 출연진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봉 감독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하고 제작 과정에서의 노고를 치하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촬영을 마치고 나서부터 대장정이었죠”라며 “꿈 같은 일”이라고 말을 건넸다.

봉 감독은 “배우, 스태프들과 같이 여기 오게 돼 기쁘다”면서 “축전 보내주신 것도 잘 받았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아내가 특별한 팬”이라고 말하자, 김 여사는 “남편과 영화를 봤다”고 했다.

배우 송강호씨는 문 대통령 부부에게 봉 감독이 쓴 각본집 2권을 선물로 증정했다.

문 대통령은 “오스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최고 영화제지만 봉 감독이 핵심을 찔렀다시피 로컬 영화제라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봉 감독이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 인터뷰에서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가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라는 질문에 “별로 큰일은 아니다”라며 “오스카상은 그저 로컬(지역영화상)일 뿐”이라고 답한 것에 착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기생충이 워낙 빼어나고 봉 감독이 워낙 탁월해 비영어권 영화라는 장벽을 무너뜨리고 최고 영화,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해 특별히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오찬 메뉴에는 영화에 화제가 된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서 함께 끓인 요리)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제 아내가 여러분에게 헌정하는 짜파구리가 맛보기로 포함돼 있다”면서 “함께 유쾌한 시간이 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7분여간 막힘 없이 이어진 문 대통령의 인사말에 봉 감독은 “대통령이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농담을 건넸다.

봉 감독은 “저나 송강호씨나 모두 ‘한 스피치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작품 축하부터 한국 대중문화,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언급을 거쳐 짜파구리에 이르기까지 말씀하신 게 거의 시나리오 두 페이지 분량”이라고 했다.

이어 “암기하신 것 같지는 않고 평소에 체화한 이슈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있기에 풀어내신 것 같다”면서 “많은 시상식을 갔지만 대사를 많이 외우는 배우들도 지금 말씀하신 것의 4분의 1 정도의 짧은 스피치를 프롬프터를 보면서 한다”고 언급했다.

봉 감독은 “의식의 흐름인지 궁금하다”면서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 흐름과 완벽한 어휘 선택으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시는 것을 보니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졌다”고 했다.

봉 감독은 “작년 칸 영화제부터 아카데미까지 대장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제작진, 출연진)이 근래 많이 모인 적이 별로 없었다”면서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두 분의 멋진 말씀을 듣다 보니 저도 말씀을 잘 드려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고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음식이 우리 민족에게는 그냥 먹거리가 아니다”라며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서 대장정의 마무리를 한다는 것이 특별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송 씨는 “우리 모두 모인 게 오랜만이고 (영화와 관련한) 공식행사가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서 “자연스레 뜻깊은 자리가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배우 초청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봉준호 감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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