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칼럼] ​일제 종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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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입력 2020-0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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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이고도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위안소가 설치되었으며 많은 위안부가 존재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위안소는 당시 군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 운영되었으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대해서는 구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 위안부 모집에 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담당하였으나 그 경우도 감언, 강압 등에 의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으며 더욱이 관헌(官憲)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 하에서의 참혹한 것이었다.
또한, 전지(戰地)로 이송된 위안부의 출신지에 대해서는 일본을 제외하면 한반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당시의 한반도는 일본국의 통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모집, 이송, 관리 등도 감언, 강압 등에 의해, 총체적으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


누가 한 말일까? 작년에 <반일종족주의>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이들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서 누가 한 말일까? 아니다. 이건 1993. 8. 4. 고노 요헤이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의 일부분이다. 이렇게 자기네 나라 고노 장관이 위안부의 실태를 인정하였음에도 지금의 아베 총리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그리고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고... 황태연 교수를 비롯한 6명의 교수, 기고가들이 <반일종족주의>가 국민들을 현혹하는 것에 참을 수가 없어, <일제종족주의>라는 책을 냈다.

그중에 이영재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본질’이란 제목으로 <반일종족주의> 중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영훈 교수의 글을 반박하고 있다. 이영재 교수는 유엔인권소위원회에서 채택한 맥두걸 보고서, 일본 육군성의 ‘군위안소 종업부 등 모집에 관한 건’ 등 여러 가지 논거를 들어 이영훈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데, 그 중에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를 들어 논박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는 낙성대경제연구소 내의 연구회에서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를 분석, 번역하고 연구한 결과물로 여기에 이영훈 교수도 참여하였다고 한다. 그 연구 결과물이 2013년에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설립한 안병직 교수의 번역∙해제본 형식으로 책으로 나왔다. 이영재 교수가 인용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구 일본군부가 조직한 위안단의 존재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단순히 위안소업자들의 영업수단으로서 개별적으로 모집된 것이 아니라 일본군부에 의하여 계획적으로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구 일본군부가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하여 ‘관여(關與)’했다는 현 일본정부의 인식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구 일본군부가 조선총독부 및 조선군사령부의 협력을 받아서 위안소업자들로 하여금 위안부들을 모집하게 하고 당시의 풍문으로 나돌던 바와 같이 ‘제1∙2∙3∙4차 위안단’등을 조직하여 순차적으로 동원해갔다면, 그것은 구 일본군부의 단순한 ‘관여’가 아니라 징용, 징병 및 정신대와 같은 일본정부의 전시동원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영재 교수는 몇 가지를 더 인용하면서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는 <반일 종족주의>가 강조하는 ‘자발적으로 선택한 직업으로서의 위안부’ 주장을 완전히 부정한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이영재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의 주장은 자신들이 수행한 연구성과와 내용상 완전히 배치된다면서, 건망증인지 거짓말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내 생각에 위안부 모집 초기 단계에서는 일본정부의 관여 없이 민간업자들이 모집을 하고, 또 거기에 자발적으로 응한 여자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전쟁이 치열해지고 전선이 동남아까지 확대되면서 위안부 수요가 급증하자 일본정부나 일본군이 관여하여 여성을 온갖 감언이설과 꾀어가거나 반강제적으로 데려갔을 것이고, 나중에는 납치하다시피 끌고 가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실(史實)에는 반일종족주의자들 주장에 부합하는 사실도 있는 것이고, 그에 반대되는 사실도 있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역사라는 것은 이런 여러 사실들이 뒤엉켜 있는 대지이다. 그렇기에 학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자기 입맛에만 맞는 사실만 캐어내어 글을 쓴다면 이는 국민들을 오도하는 큰 죄를 짓는 것이며, 역사 발전에도 큰 해독을 끼치는 것이다. 무릇 진정한 학자라면 그런 다양한 사실들을 편견 없이 모으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전체적인 분석의 그림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하는 학자들 또한 자칫 비판에만 매몰되어 자신이 객관적 시각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학자가 아니다. 평범한 일반 국민이다. 그렇기에 나는 눈물로서 자기 피해사실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일개 매춘부로 몰아가는 <반일 종족주의> 학자들의 주장에 분노한다.
 

[사진=양승국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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