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심지의 그늘] '국제'적이지 않은 부산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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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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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남구 문현동의 문현금융단지에는 289m 높이의 부산국제금융센터(Busan International Finance Center; BIFC)가 솟아올라 있다. 지난 2014년 8월 개장된 이 건물은 지상 63층·지하 4층 규모의 마천루이자, 문현금융단지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산에 소재한 업무용(비거주용) 건물로는 가장 높은 건물이다. 서울에 위치한 63빌딩(245m)과 층수는 같으나 그보다 훨씬 높다. 

BIFC는 부산 도시철도 2호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원래 이 역의 이름은 문전역이었으나 BIFC가 정식 개장한 2014년 이 건물의 이름에 맞춰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BIFC에 대한 부산시와 시민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재 BIFC에는 공공금융기관인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부산국제금융연수원, 해양금융종합센터, 한국해양보증보험 등이 입주해 있으며 부산은행 본사와 농협중앙회 부산본부, 신용보증기금 부산지부 등 금융사도 입주한 상태다. 금융공공기관과 부산에 소재한 금융사가 한 곳에 모인 상태라 공실률도 매우 낮다. 

겉으로 보기에는 만점에 가까운 BIFC의 문제는 입주한 외국계 금융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소속된 김정훈 의원(부산 남구갑)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에서 영업점을 둔 외국계 금융사는 모두 165개사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60개(97%)로 가장 많고 경기도 3개(1.8%), 부산과 경남이 각각 1개로 나타났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보다 경기도에 더 많은 외국계 금융사가 소재한 것이다. 

1986년부터 부산에 터를 잡은 외국계 금융사 일본 야마구치은행은 BIFC로 이동하지 않고 부산 중구와 해운대구에서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BIFC는 국제적이지 않은 국제금융센터인 셈이다. 수십여 개의 외국계 금융사가 입주한 서울 여의도의 서울국제금융센터와 상당한 차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와 BIFC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사의 입주를 계획한 서울국제금융센터와 달리 BIFC는 처음부터 혁신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됐다는 설명이다. 

혁신도시 사업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추진한 지방 균형발전 계획도시 사업을 뜻한다. 지방에 계획도시를 세워 거점 지역으로 육성하고, 해당 지역에 공공기관과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을 이전하는 사업이다. 즉 서울에 소재한 국내 공공기관 등을 이전하기 위해 지어진 BIFC는 태생적으로 국내 기관으로밖에 채워질 수 없었다는 의미다. 

이렇다보니 부산이 국제금융 중심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계 컨설팅그룹 Z/YEN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살펴보면 부산은 46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24위였으나 최근 3년 동안은 4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금융중심지의 중심인 국제금융센터로서 위상이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산국제금융센터는 기획에서부터 국제금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건물"이라며 "서울 금융공공기관만 모두 이전한 건물을 중심으로 어떤 금융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진=부산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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