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가 주도하는 금융혁신… 핀테크 넘어 테크핀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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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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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금융 회사가 금융 서비스 선봬

  • 100% 비대면 영업으로 비용 절감

  • 中 도입률 69% 테크핀 강국 부상

2007년 온라인 경매 업체 이베이를 창업한 피에르 오미디야르는 페이스북 앱을 활용한 대출 서비스 '렌딩클럽'을 선보인다. 돈이 필요한 사람과 여유 자금을 굴리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 주는 이 방식은 P2P 대출의 시초가 됐고, 10여년이 지나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렌딩클럽은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2010년대 금융권의 주요 화두가 '핀테크'(Fintech)였다면 2020년대는 '테크핀'(Techfin)이 될 전망이다. 핀테크가 '금융이 선보이는 기술'이라면 테크핀은 '기술이 선보이는 금융'이다. 테크핀 기업의 대표격이 렌딩클럽이다. 핀테크와 테크핀. 언뜻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두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금융 기반이냐, 기술 기반이냐

테크핀의 개념을 처음 정립한 건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다. 마윈은 "핀테크는 금융 시스템 기반 위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킨 반면, 테크핀은 ICT 바탕 위에 금융시스템을 구축한 서비스"라고 테크핀의 개념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핀테크와 테크핀의 가장 큰 차이는 '주체'다. 핀테크든 테크핀이든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금융서비스다. 다만 그 서비스를 선보이는 주체가 전통 금융기관인지 ICT 회사인지에 따라 용어의 쓰임이 갈린다.

마윈의 설명에 따르면 핀테크는 시중은행이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선보인 금융서비스다. ICT 회사가 기술에 금융기능을 얹혀 서비스를 내놨다면, 이는 테크핀이 된다.

두번째 차이는 온전한 비대면 영업이 가능한지 여부다. 은행이 혁신 서비스를 출시하더라도 당장 영업창구를 없앨 수는 없다. 창구를 방문하는 고객을 상대로 상품가입, 여·수신, 송금 등의 전통서비스를 버릴 수 없다는 뜻이다.

반면 비금융 회사가 선보이는 금융 서비스는 은행원과 같은 중개자가 필요 없다. 테크핀 회사의 '100% 비대면 영업'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렌딩클럽이 기존 금융회사가 취급하는 대출상품보다 절반 수준의 금리를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은 중개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췄기 때문이었다.

◇중국, 테크핀 강국 된 배경

전통 금융의 중심지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그리고 홍콩이다. 그렇다면 '신흥 금융'이라 할 수 있는 테크핀 강국은 어디일까. 전세계 금융전문가들은 중국을 지목한다.

SK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테크핀 도입률은 69%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주요 20개국 평균 보급률(33%)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대훈 애널리스트는 "신용카드가 보편화되지 않은 국가, 은행업무의 제약이 높은 나라에서 테크핀이 활발히 도입됐다"고 중국이 테크핀 강국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중국을 테크핀 강국으로 올려놓은 기업이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와 중국의 인터넷 강자 텐센트다. 두 기업은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며 금융업에 첫발을 내디딘 후 인터넷은행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알리바바는 2005년 '알리페이'를 처음 선보이며 지급결제시장에 진출했으며, 이용자 수가 지난해 10억명을 돌파했다. 텐센트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기반으로 2011년 '위챗페이'를 내놨는데, 사용자 수가 11억명에 달한다.

이렇게 다진 고객 기반은 은행업을 영위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2015년 각각 인터넷은행 '마이뱅크'와 '위뱅크'를 출범하며 전세계 금융시장의 혁신을 이끌었다. 특히 위뱅크는 메신저 빅데이터 분석으로 개인 신용대출 시장을 대폭 확장해 대량의 자본을 조달하지 않고도 출범 후 2년 만에 60조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

◇주목받는 국내 테크핀 기업들

우리나라에도 테크핀 기업들이 있다. 위뱅크와 마찬가지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확보해 혁신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인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이다. 2017년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영업 개시 2년여 만에 1000만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테크핀 기업이다. 2015년 2월 출시된 토스는 공인인증서 없이 빠르게 송금할 수 있는 편의성을 무기로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국내 금융 분야에서 유일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토스의 이용자 수는 현재 1600만명을 돌파했다. 이르면 내년 7월에는 국내 제3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를 출범한다.

P2P업체들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대출 상품을 전문으로 하는 테라펀딩, 개인신용대출 전문 업체인 렌딧 등이 국내 P2P시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P2P금융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들 기업은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P2P금융법이 제정된 것은 전세계에서 첫 사례다.

은행권에서도 테크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회사의 데이터를 다른 금융사 또는 비금융회사도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뱅킹' 시대가 열리면서 테크핀 기업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장현기 신한금융그룹 디지털R&D센터 본부장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자기들은 더이상 금융회사가 아니고 기술 회사라고 말한다"며 "국내 은행도 핀테크가 아니라 '테크핀' 회사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혁신금융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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