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인어]전염병 시대의 사랑과 증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20-01-29 09:3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중국 어느 마을어귀에서 한 사람이 모형총을 들고 우한 사람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蘋果日報]]



▶콜롬비아 노벨상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시대의 사랑'은 전염병처럼 닥친 사랑과 전염병보다 훨씬 질긴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가난한 청년 플로렌티노는 페르미나와 사랑에 빠졌다. 여자의 부모는 콜레라보다 '가난'을 더 증오했고 이들을 뜯어말렸다. ▷그런데 청년의 사랑을 빼앗아간 건 '콜레라'였다. 아름다운 이 처녀는 어느날 식중독을 콜레라로 오인하고 의사를 불렀는데, 이 의사와 눈이 맞아버린다. 그들은 곧 결혼한다. 사랑을 잃은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그는 그녀의 남편이 죽는 날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무한 배터리 같은 사랑이 소설 내내 진행된다. 51년 9개월 4일 뒤 남편을 여읜 페르미나에게 이 남자가 다가간다. ▷전염병은 자주 인성(人性)을 마비시킨다. 중국 내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우한 사람들에게 극도의 히스테리를 드러낸다. 호텔 투숙과 병원 진료를 거부하고 차량통행도 막았다. 아예 우한 쪽 터널을 막아버린 곳도 있다. 이곳 사람인 것이 '적발'되면 강제로 퇴출된다. 마을어귀에서 가짜 총을 들고 우한 사람을 검문까지 한다. '우한폐렴시대의 증오'는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다.◀ <國>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