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중국] ①20년째 대학의 이방인..."우리만 비싼 등록금은 억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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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일연·전환욱·조아라·최지현 기자
입력 2020-01-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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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금의 또 다른 이름 ‘차별’...대학 돈벌이 돼버린 한국 유학

  • 유학생의 두 번째 신분 ‘알바생’...까다로운 취업 규정에 시작부터 난관

  • 반한 감정 얻어가는 韓 유학...어두운 한-중 미래 관계

[편집자주] 최근 우리 사회는 이방인 이웃들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1~2년 사이 이들을 관찰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탓이다. 갓난아이부터 장인·장모님까지, 미디어 속 이방인 이웃들의 친숙한 모습에 안방 속 한국인들은 울고 웃는다. 미디어 밖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방인 이웃 중에서도 중국인들은 일상 속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에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의 64%가 중국계(조선족·중국·대만·홍콩)다. 무려 112만8490명이다. 우리나라에 공식적인 차이나타운은 인천과 부산, 두 곳밖에 없지만, 이들이 일상을 꾸려가는 ‘진짜’ 차이나타운은 이제 각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아주경제신문 기획취재팀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약 한 달에 걸쳐 대림동과 연남동, 명동, 대학가 등을 방문해 이들 삶의 궤적을 쫓았다. 본지는 이들을 만나며 △139년 전 뿌리를 내리고 우리 근현대의 굴곡을 함께 해온 구(
舊)화교 △오랜 동포이자 새로운 이방인인 조선족 등 신(新)화교 △한·중 미래 관계의 가교가 될 중국인 유학생 등 3色의 중국인 이웃을 찾았다. 본지가 엿본 이들 삶의 모습과 고민을 하나씩 풀어가 보려고 한다.

#. 지난 9일 오후 4시. 심조조(26·여)는 서울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 인근 운동화 전문 매장에 출근했다. 중국 안휘성 출신인 심 씨는 지난 2017년 서울의 한 대학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 중국인 유학생이다. 이날 밤 10시까지 근무한다는 심 씨는 “시급도 최저임금을 웃도는 1만원에 사람들 대우도 좋다”며 “중국에 계신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려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학교생활이나 아르바이트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곧이어 “친구들과 비교하면 저는 행운인 편”이라며 말을 줄였다.
 

서울 동대문구 운동화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심조조[사진=손일연 기자]


매년 치솟는 등록금, 까다로운 유학생 취업 규정.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목소리로 토로한 고충이었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작년 4월 기준 16만165명으로 전년 대비 12.6%(1만7960명) 늘었다. 1999년 3418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0년 만에 40배 넘게 증가했다.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은 우리나라의 학령인구 감소세가 빨라진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국인 유학생은 6만9287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43.26%를 차지한다. 중국인 유학생은 이제 대학가에서 흔히 만날 수 있게 됐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과 유학 생활의 어려움은 제자리걸음이다.
 

서울 주요대학 유학생 현황[그래픽=최지현 기자]


◆등록금의 또 다른 이름 ‘차별’...대학 돈벌이 돼버린 한국 유학

중국인 유학생에게 등록금의 또 다른 이름은 '차별'이다. 한국인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동결하거나 인상해도 소폭에 그치지만,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은 매년 인상하는 실정이다.

조명호(27·남)는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나 똑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인데 우리가 더 많은 등록금을 낸다"며 "차별받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서울 내 5개 대학교(건국대, 경희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대)를 뽑아 인문대 1년 치 등록금을 비교해봤다. 그 결과 내국인과 외국인의 1년 등록금이 최대 111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라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이 대부분인 정원 외 인원은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부족한 교육 재정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등록금을 국내 학생들과 비교하면 올려 받는 것 아니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되기도 했다.

유학생들은 부당한 차별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왕영(24·여·가명)은 "한국인 학생들과 똑같은 수업을 받는데 등록금이 다른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 장해우(22·여)는 "올해 또 등록금이 올라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나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얼마 전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지원해주는 부모님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서울 내 사립대 내·​외국인 등록금 차이[그래픽=최지현 기자]


◆유학생의 두 번째 신분 ‘알바생’...까다로운 취업 규정에 시작부터 난관

학생과 아르바이트생. 타지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은 대부분 두 개의 신분을 가지고 생활한다. 해마다 오르는 대학 등록금은 공부하러 타지까지 온 유학생들이 온전히 학업에만 집중할 수 없게 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인상밖에 모르는 등록금'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2년 전 한국에 유학온 장우이(25·여)는 “한국인 친구들처럼 동결이라도 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치솟는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집세까지 해결해야 하는 유학생들의 생활은 매달 빠듯함의 연속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시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평균 월세는 53만원으로 전달보다 4% 상승했다. 부동산 업계는 특히 대학가의 원룸·투룸 등의 주택 월세는 대학 개강 시기인 3월 전까지 꾸준히 오른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유학생은 중국에 있는 부모에게 유학 자금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금을 필두로 매년 오르는 유학 자금은 유학생 부모와 본인 모두에게 부담이다. 그러다 보니 유학생들은 등록금 외 생활비, 집세 등을 벌어 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장에 내몰리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에게 아르바이트란 시작부터 난관이다. 까다로운 취업 규정 때문이다. 염하우(23·여)는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서류를 준비하고 담당자를 찾아 확인서를 받기까지 단계가 복잡하다"고 말한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D-2’ 교육비자를 받아 우리나라에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은 소속 학교 유학생 담당자의 확인서와 관할 출입국 관리소의 허가를 받은 뒤라야 취업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 등 경제 활동을 허가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사업자 등록증·근로계약서·유학생 시간제 취업 확인서·성적 또는 출석증명서·한국어 능력 증빙 서류 등 총 5가지다. 식당 등 요식업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보건소에서 발급받은 증명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이 중 유학생 시간제 취업 확인서를 받는 게 가장 까다롭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확인서에는 고용주와 대학 내 유학생 담당자의 확인 서명이 필수다. 유학생 담당자의 경우, 일반 교직원이 아닌 사전에 출입국 관리소에 등록된 사람만 가능하다.

심월우(27·여·가명)는 "확인서에 서명해준 사람이 출입국에 등록된 담당자와 달라 다시 서명을 받고 제출해 시간이 오래 걸린 적이 있다"며 경험을 털어놨다. 이처럼 한국어로 말하기가 능숙하지 않고 학교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유학생이 특정 담당자를 찾아가 필요 서류를 챙기는 건 쉽지 않다.

까다로운 취업 규정의 본래 취지는 유학생들의 학업 전념과 안전한 노동을 위해 생겨난 법적 보호망이다. 하지만 오히려 복잡한 절차가 알바를 할 수밖에 없는 유학생들을 법의 보호망 밖 노동 인권 사각지대로 내쫓는다. 본지가 만난 중국인 유학생들은 하나같이 주변 친구들이 출입국관리법의 공식 절차를 따르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증언했다.

◆반한 감정 얻어가는 韓 유학...어두운 한-중 미래 관계

"미래 한·중 관계의 가교 구실을 할 중국인 유학생이 오히려 '반(反) 한파'가 돼 본국으로 돌아간다" 이미 10년도 더 전에 나왔던 말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의 반한 감정은 학계와 문화계를 중심으로 2010년대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폭력시위’ 사건은 중국인 유학생들의 반한 정서를 처음으로 사회적 문제로 표면화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 당시 중국 내 인권 문제를 두고 시민단체와 중국인·중국인 유학생들이 물리적 충돌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은 국가 간 정치·외교적 문제로까지 확산할 뻔했다.

같은 해 재한 중국 유학생 설문조사에서 중국인 유학생 중 3명 중 1명은 우리나라를 차별이 심한 나라로 생각했고, 이 중 다수는 유학 생활을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에는 반한 정서를 가진 중국인 유학생이 유학 전 중국 체류 중일 때는 4%에 불과했지만 한국 유학 생활 후 41%로 증가했다는 연구도 나왔다. 2011년 설문조사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의 23.3%가 '한국 유학을 절대 권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 2008년 4월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서 북한 강제 송환 등 중국의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자 중국인들이 몰려들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0년대는 우리 사회에 중국인 유학생이 늘어난 지 약 10년 만이다. 바꿔 말하면 10년간 우리 사회의 중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의 결실이 반한 감정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인 유학생은 한·중 교류의 가장 선두에 서 있다. 유학 생활 중에도, 귀국 후에도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와 정서를 중국 내에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학은 ‘민간 외교’라고 말할 정도로 국가 간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현실에서, 이는 우리 사회가 빚어낸 큰 실패 중 하나였다.

이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가 다시 맺은 결실은 어떨까. 작년 11월부터 홍콩 사태를 두고 1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반정부 시위 지지 여부를 놓고 전남대·고려대·서울대·연세대 등에서 한국인 대학생들과 중국인 유학생들의 갈등이 폭발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인 대학생들의 대자보나 현수막을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훼손하면서 시작한 충돌은 대학생 연합모임 결성과 길거리 집회로까지 증폭했다.

이 사태를 두고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내 중국 유학생들이 간첩이라는 근거 없는 혐오·차별 발언도 나돌았다. 이렇게 대립의 골이 깊어지자 주한 중국대사관은 유감을 표하는 입장도 냈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이번 갈등을 단순한 정치적 문제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지난 20여 년 동안 대학 공간에서 쌓이고 곪아버린 갈등을 폭발시킨 도화선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지난해 11월 한 대학 교내 게시판에 나란히 붙은 홍콩 시위 찬반 대자보.[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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