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적용해 이르면 이번 주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제어하지 않고 오히려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해 합법적인 외형을 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대통령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국무총리 제도의 헌법적 취지를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검팀은 그 근거로 제헌헌법 초안을 작성한 유진오 전 법제처장의 회고록 발언을 제시했다. 유 전 처장은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 승인을 거쳐 총리를 임명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특검팀은 이를 토대로 헌법상 명시적인 규정이 없더라도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견제할 마땅한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개의에 필요한 국무위원 정족수 11명을 채우는 데 급급했을 뿐, 정상적인 '국무위원 심의' 절차를 진행하는 데 주력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주장대로 계엄 선포를 반대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했다면 국무위원들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의견을 수렴한 뒤 윤 전 대통령에게 심의 결과를 보고해 계엄 선포를 재고하도록 했었어야 하지만, 이 같은 적극적인 행위 없이 계엄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전 총리는 일부 장관에게만 선별적으로 연락을 취했을 뿐 아니라 추가로 호출한 국무위원 6명 가운데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안덕근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2명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족수가 채워지자마자 곧바로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부처별 계엄 후속 조치 문건을 배포하는 상황에서도 국무총리로서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점, 계엄 선포문에 부서를 거부하거나 반대 의사를 명확히 남기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장관이 반드시 서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직접 서명했다가 폐기를 지시한 '비상계엄 사후 선포문'이 계엄에 합법적 외피를 씌우려는 시도를 뒷받침하는 주요 물증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역시 한 전 총리의 내란 방조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 중 하나로 확보됐다.
특검팀은 CCTV 분석 결과 박 전 장관이 계엄 당일 국무회의가 끝난 뒤 회의장에 도착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총 세 차례의 대면조사를 마친 특검팀은 이르면 24일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정 사상 전직 국무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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