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대박 공식 ‘청정 마케팅’···공공의 적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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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20-01-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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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약처 “청정라거 테라, 경쟁사 제품 비방 요인도”

하이트진로 홍보 모델들이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맥주 신제품 청정라거 '테라(TERRA)'를 소개하고 있다.테라는 전세계 최상위 청정구역으로 꼽히는 호주의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만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맥주 테라를 내놓으면서 ‘청정’ 마케팅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지만, 주류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하이트진로가 소비자오인 등 과장 광고 소지가 있는 문구를 사용했다며, 이에 대해 사전 통보 등의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가 테라에 사용한 주요 광고문구는 ‘청정라거’·‘청정맥아’·‘리얼탄산’ 세 가지다. 이 가운데 식약처는 특히 청정라거를 문제로 봤다.

청정이란 단어는 맑고 깨끗하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라거는 하면 발효한 맥주 제조 방식을 뜻한다. 상면 발효하면 에일 맥주다.

제조시설이나 원료가 아닌, 제조방식 자체에 ‘청정’이란 단어를 붙이는 자체에 모순이 있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원료가 아닌 단어에 깨끗함을 뜻하는 수식어를 붙여, 마치 같은 방식으로 제조했더라도 해당 제품만 특별한 것처럼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류제품에 청정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금연 움직임이 일면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담뱃갑에 순하단 느낌을 주는 ‘마일드’나 ‘라이트’ 같은 문구를 넣지 말라고 최종 판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맥아가 맥주의 주원료긴 하지만, 70~80% 수준이므로 청정맥아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제품 전체를 청정라거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청정맥아와 리얼탄산은 업체의 소명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리가 원재료인 맥아는 재배지역이나 품질 검사 등을 통해 그 자체로 청정함을 입증하면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부당표시 광고 규정 가운데 경쟁사 비방 소지 문제도 있다. 청정라거면, 다른 라거 제품은 해당 제품보다 못하단 인식을 소비자가 무의식중에 받을 수 있다”라며 “업체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표기 삭제까지 검토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식약처로부터 아직 정식 통보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테라의 주요 광고문구 세 가지 가운데 결국 청정라거만 문제라는 것 아닌가. 청정맥아를 인정한다면 해당 재료로 만든 라거맥주란 의미로 청정라거란 표현도 용인할 수 있다고 본다. 법무법인 검토도 마쳤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주류업계 관계자도 “경쟁사 얘기지만 규제가 과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술에는 어떤 수식어도 붙이기 어렵단 얘기 아닌가”라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마케팅 포인트로 호주산 청정맥아를 쓰면 좋긴 하다. 근데 맥아는 맥주회사들 다 저마다 청정한 재배지를 고르고 골라, 나름의 규격을 맞춰서 구매한다. 자사 제품만 다르다는 식의 광고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옛 조선맥주)는 1993년 강원도 청정지역의 ‘천연암반수’를 내세워 OB맥주와 순위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내놓은 신제품 맥주 테라는 ‘청정라거’란 광고문구로 차별화했다. 이 회사만의 청정 마케팅 공식을 세웠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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