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ES를 통해 본 한국 기업의 숙제

입력 : 2020-01-23 00:05
주영섭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전 중소기업청장)
세계가 혼돈의 초불확실성 시대에 진입하며 새해 벽두부터 미래 전망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인 'CES 2020'에는 161개국의 4500개 참가 기업들이 펼치는 신기술 향연에 18만명이 참관하며 2020년대 새로운 10년의 기술 추세를 조망하는 데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CES 2020'은 향후 기술혁신의 방향을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함과 동시에 우리 기업에 많은 시사점과 해결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CES의 주최사인 CTA(소비자기술협회)가 천명한 바와 같이 이번 'CES 2020'의 화두는 ‘데이터 시대’의 본격적 개막이다. 데이터의 원천인 사물인터넷이 5세대(5G) 통신과 인공지능(AI)과 결합되며 사물인텔리전스로 진화할 것이라는 비전이 제시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세계와 인터넷이 만드는 사이버 세계의 연결 접점으로서 사물인터넷이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을 실현하는 5G 기술과 빅데이터를 처리할 AI기술과 결합하면서 지능 중심의 사물인텔리전스 시대를 열게 되는 것이다. 사물인텔리전스는 향후 모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모든 기업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이번 'CES 2020'에 참가한 390개의 우리나라 대‧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스마트홈,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CES가 지향하는 전 분야에서 혁신 기술과 제품으로 대한민국 기술의 위상을 드높인 성과를 냈던 반면, 사물인텔리전스 기반의 데이터 시대에 대한 대응 면에서는 미흡하여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주어졌다.

종래의 제품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는 우리 기업이 세계 첨단의 디스플레이·반도체·스마트폰·지능형 가전 기술 등으로 해당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데이터 및 사물인텔리전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는 아쉽게도 이미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에 산업 주도권을 뺏긴 형국으로 외화내빈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미국 플랫폼 기업들은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디지털 플랫폼은 물론 소비자와의 접점인 AI 비서 기반 플랫폼을 사실상 평정하고, 안면‧음성‧사물인식과 빅데이터 분석 등 AI 기술과 클라우드, 독보적 데이터 확보로 글로벌 플랫폼 최강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AI 스피커와 같은 제품 사업보다 이를 통한 데이터 플랫폼 주도권이 훨씬 중요하다.

CES가 제시하는 스마트홈,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미래 비전은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서 누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한데, 이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의 지배적 위치를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CES 2020'에서도 구글과 아마존은 자체 기술 및 솔루션 전시보다 헤이 구글로 대표되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를 기반으로 하는 제휴 기업과의 협력체계를 과시하였다. 즉, 구글, 아마존, 애플 자체가 아니라 각자 기업의 협업 생태계 확대를 통한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제품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데이터 기반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 확대 발전시키는 것이 요체이다. 소비자 접점으로서의 전략적 주요성이 큰 AI 비서 분야에서 삼성과 LG도 각각 빅스비와 씽큐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판도가 이미 글로벌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편짜기가 진행되어 경쟁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리서치 아메리카가 주도한 인공인간 네온은 우리 대응책의 하나로 조심스럽게 기대된다. 네온의 영상‧음성 기반 솔루션을 통하여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 음성인식 기반의 기존 AI 비서 시장 주도권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삼성과 LG가 주도하는 OCF(오픈커넥티비티파운데이션)의 표준화도 이들 주도 기업의 독주를 견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혁신 시도로 사물인텔리전스 기반의 데이터 시대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0년 우리 기업의 혁신을 기대한다.
 
 

[주영섭 고려대학교 석좌교수 (전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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