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모방에서 혁신으로" 중국 바이오 제약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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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1-2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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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약 심사 승인기간 단축···" 바이오 규제 확 풀어

  • 몰려오는 벤처자금···글로벌 제약공룡도 '눈독'

  • 고령화, 환경오염 속 건강에 대한 관심도 증폭

#홍콩에 상장된 중국 바이오 제약기업 젠스크립트(金斯瑞, Genscript)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항암제 개발로 앞서 전 세계 바이오 업계 헤드라인을 장식한 업체다. CAR-T 항암제는 환자의 몸속에 있는 T세포가 암세포만을 공격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바꿔주는 맞춤형 치료제다. 미국 경제매체 CNBC가 꼽은 바이오 의료분야의 가장 중요한 혁신 기술 중 하나다. 미국 존슨앤드존슨(J&J) 계열사 얀센과 함께 개발한 CAR-T 항암제는 지난달 까다롭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도 받았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 약품을 베끼기에만 급급했던 중국 바이오 제약회사들이 '모방자'에서 '혁신자'로 변신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바이오산업에 '혁신 물결'이 일고 있다고 표현했다. J&J,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 공룡들도 중국으로 몰려와 바이오 테크와 적극 협업을 도모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엔 중국 정부의 바이오 제약산업 지원사격도 한몫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신약 심사 승인기간 단축···" 바이오 규제 확 풀어

베이진(BeiGene, 百濟神州)은 2010년에 설립된 항암제 개발 특화된 바이오 제약사다. 2016년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베이진이 개발한 항암제 브루킨사는 지난해 11월 미국 FDA 승인도 받았다. 브루킨사는 혈액암의 일종인 외투세포림프종(MCL)이라는 혈액암 치료제다.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바이젠 지분 20.5%를 인수하기도 했다. 

젠스크립트, 베이진 같은 중국 바이오 제약기업의 활약엔 중국 정부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이오 제약은 중국의 첨단 제조업 발전 전략인 ’중국제조 2025’에 우주항공, 반도체, 로켓 등과 함께 10대 핵심 육성 산업으로 포함돼 중국 정부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 과학 연구개발(R&D) 지출액이 약 2910억 달러(약 340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차지했다. 중국은 지난해 이 비중을 2.5%까지 높였다. FT는 중국이 바이오 제약 산업에 매년 수십억 달러씩 쏟아붓고 있다고 집계했다. 

중국은 신약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규제를 허물고 절차도 간소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의약품 관리감독법을 손질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시장 선점이 중요한 의약품을 신속히 개발해 시판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 심사 기간을 60일 이내로 단축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으로 효과적 치료제 없는 경우, 아직 연구 중에 있더라도 예측 가능한 임상실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신약이라 판단되면 조건부 승인을 내주고 추후 임상실험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 완화를 통해 신약 승인심사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전 세계적으로 2003년 이후 약 17년 만에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 신약이 중국기업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J&J, 머크,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20년 넘게 거액을 투자했음에도 대부분 실패한 게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이었다.

당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중국 제약회사인 상하이 그린밸리(綠谷制藥, 뤼구제약)가 중국과학원 상하이약물연구소, 중국해양대와 함께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 '주치이(九期一, GV-971)'를 '조건부 승인'했다. 추후 더 많은 임상실험을 통해 추가 연구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다. 주치이는 이미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시판돼 치매 환자들에게 팔리고 있다. 

◆ 몰려오는 벤처자금···글로벌 제약공룡도 '눈독'

중국 바이오 제약 업계엔 '작은 거인'들도 적지 않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바이오 제약 분야에서만 약 800개 스타트업이 육성되고 있으며, 이 중 성숙기에 돌입한 스타트업도 70~80곳에 달한다.  

중국 바이오 스타트업에 눈독 들인 글로벌 벤처자금도 중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차이나바이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바이오테크 기업에 투자된 벤처캐피털 투자 건수만 696건, 총 투자액이 176억 달러에 달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투자액이 20억 달러 남짓에 불과했던 것에서 3년 새 8배 넘게 뛰었다.  

글로벌 제약업체들도 중국 바이오 제약산업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공룡 아스트라제네카가 대표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에게 현재 중국은 미국에 이은 2대 시장이다. 2018년 중국 매출액만 38억 달러로, 전체 매출액의 약 18%를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 매출액은 5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1월, 아스트라제네카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중국 중금공사(CICC)와 손잡고 중국 현지 바이오 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10억 달러 기금을 조성했다. 향후 몇년 내로 현재 상하이 연구개발(R&D) 센터 인력도 현재의 두 배인 10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엔 상하이 인근의 장쑤성 우시 첨단기술개발구에 현지 정부와 협력해 중국 바이오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국제바이오 과학혁신단지'도 조성했다. 

또 다른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이미 2008년 릴리 아시아벤처기금을 만들어 현재 약 12억 달러 자금을 운용 중이다. 이 중 대부분은 중국 바이오 제약기업에 투자되고 있다.  

◆ 고령화, 환경오염 속 건강에 대한 관심도 증폭

'콧대' 높은 다국적 제약 공룡들은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약값 인하도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국가의료보험 의약품 목록에 새로 추가한 의약품은 수입약품 52개를 포함해 모두 70개다. 이들 70개 의약품의 평균 약값 인하 폭은 60.7%다. 중국 보건당국은 "수입약품 대부분이 전 세계 최저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이 목록에 들어가려 안간힘을 쓴다. 미국에 이은 세계 2대 중국 제약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기 위함이다. 현재 중국 제약시장 규모는 약 1300억 달러 수준이다.

중국 바이오 제약 시장 전망도 밝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중국인의 건강관리 지출액은 GDP 대비 6.4%에 불과하다. 미국(17.8%)을 비롯한 선진국 평균(12.5%)보다 훨씬 낮다. 게다가 중국인의 약 40%가 거주하는 농촌지역 의료시설이나 인력은 열악하다.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고, 환경오염으로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도 향후 중국 바이오 제약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14억 중국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나서서 '건강중국 2030년' 계획을 제창하며 중국인의 건강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할 정도다.

2030년까지 건강한 중국을 만들겠다는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인의 평균 수명을 76.34세에서 79세로 높인다.  당뇨병, 고혈압 등 중대 만성질병 조기 사망률도 2015년 대비 30% 낮추고, 모든 암의 진단 5년 후 생존율은 2015년 40.5%에서 15% 높이기로 했다. 건강의료 서비스업 규모도 2020년 8조 위안, 2030년 16조 위안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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