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년 맞는 제주항공, 계륵 ‘이스타’ 두고 고심... 최악 ‘인수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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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1-2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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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인수가격을 더 낮추지 않는 이상 쉽지 않다.”

최근 만난 제주항공 한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달 18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전격 인수하기로 한 지 불과 한달여 만에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창립 15주년을 앞둔 제주항공이 큰 고민에 빠졌다. 신년 새로운 성장의 도약대로 삼으려고 했던 이스타항공이 미래를 발목잡는 걸림돌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배경은 예상보다 심각한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에 있다. 제주항공은 경영권 인수를 위해 지난달부터 이스타항공을 실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열악한 재무구조, 자회사 의혹, 고비용 리스료 등 생각지도 못한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달 31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을 예정이었으나 실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SPA 체결이 연기된 배경이기도 하다. 앞서 제주항공의 모회사 애경그룹은 지난해 12월 31일로 예정한 SPA를 올해 1월 중으로 바꿨다.

일단 심각한 재무상황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스타항공의 2018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484.4%, 자본잠식률은 47.9%에 육박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일본발 악재 등으로 이스타항공이 대규모 적자전환하면서, 그 수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복잡한 지분구조도 계약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자녀 이원준씨와 이수지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2018년 이스타홀딩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매출은 0원이다. 지분법 이익 등으로 49억원 흑자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다른 해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제대로 없는 상황이다.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문어발식 리스도 위험요소로 거론된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맥쿼리를 비롯한 10곳의 리스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23대의 보잉 항공기를 리스해 운영하고 있다. 2018년 기준 22대 항공기가 약 5년간 지불해야 하는 리스료만 2626억원에 달한다.

리스사는 항공기를 리스할 때 리스기간, 회사 상태, 노선별 수익상황 등을 기준으로 리스료를 책정한다. 이스타항공은 오랜 기간 누적된 적자 등으로 현금성 자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인수 무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양측은 “현재 실사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당초 제시했던 이스타홀딩스와 기타 주주 지분 51.17%에 대한 가격 695억원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성사될 경우 양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선 24.8%로 대한항공(23.6%)을 앞지르게 된다. 국제선 점유율 역시 19.5%로 아시아나항공(23.0%)을 위협하게 된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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