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세계경제…글로벌기업 해외투자 9년만에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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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0-01-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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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요인에 영향…덩달아 세계화 흐름도 둔화

지난해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4년 연속 하락해 9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 경제가 냉각되면서 1980년대 이후 본격화한 세계화(globalization)가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0일(현지시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투자 동향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FDI는 1조3940억 달러(약 1620조원·잠정치)로 전년보다 1% 줄면서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FDI는 2010년(1조3650억 달러)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FDI의 흐름을 보면 개발도상국 유입액이 전년과 비슷한 6950억 달러였고 선진국 유입액은 6% 감소한 6430억 달러였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FDI 유치가 2510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국(1400억 달러), 싱가포르(1100억 달러), 브라질(750억 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FDI 유입액은 78억 달러로 전년보다 46% 감소했다. 시위 사태를 겪은 홍콩(550억 달러)도 48% 줄었고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불안감이 작용한 영국(620억 달러)도 6% 감소했다.

해외 투자의 꾸준한 감소는 세계화가 둔화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WSJ는 풀이했다. 과거 1980년대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많은 회사가 해외 사업에 나섰다. 당시 기업들은 해외에 일자리를 만들고 직원들을 파견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세계화가 세계 경제 성장에 적어도 3배는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세계화는 노동력이 가장 싼 지역에서 생산·경쟁을 하고 새로운 기술과 노하우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FDI가 줄어들어면서 세계화도 위축되는 모양새다. 불과 지난주에 가라앉은 미·중 무역전쟁과 추가 관세 분쟁의 위협 등이 세계화가 의존하는 공급망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여기에 외국 기업의 인수에 대한 정부의 조사가 증가하고 국가 안보와 기술적 이점 등에 집중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세계화 둔화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UNCTAD는 다국적 기업들이 지난해 FDI가 '확장'이 아닌 '이전'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규제 불확실성, 무역 갈등 긴장감 등을 고려해 해외에서의 생산설비 운영을 확장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국적 기업들이 일부 FDI의 전체 생산능력을 확장하기보다는 기존 생산량을 다른 곳으로 이전함으로써 새로운 관세에 적응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올해도 회복세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UNCTAD는 미·중 무역전쟁 휴전에도 불구, 올해 기업투자·세계 경제성장률 등의 회복세는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제임스 잔 UNCTAD 투자·기업 국장은 "지난해 기업체들이 발표한 신규 사업은 직전 년도 대비 5분의 1 이상 감소했다"면서  "다국적 주체들이 글로벌 영업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세계 경제와 지정학에 대한 전망을 감안할 때 2020년에도 FDI의 증가를 기대하지 않으며 급격한 감소도 예상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UNCTAD 보고서 발췌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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