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지방경제] '돈줄'도 양극화…'악순환 고리' 빠진 부울경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서대웅 기자
입력 2020-01-22 08:5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지방경제에 '돈줄'이 마르고 있다. 지방의 빠른 경기 침체로 지방 경제주체들의 리스크가 커지자 금융사들이 대출 공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단이 집중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돈줄이 확연히 막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경기 침체→대출문턱 상승→투자·소비 위축→지방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전년 동기 대비 원화대출금 증가율은 서울과 인천, 광주와 강원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울경 지역의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

울산지역의 원화대출 증가율은 2014년 말 12.4%에서 지난해 11월 3.2%로, 약 5년 만에 4배 가까이 줄었다. 경남(9.4→2.5%)과 부산(9.4→5.8%)의 감소폭도 컸다.

같은 기간 서울(6.9→5.4%)과 인천(6.4→8.4%), 경기(8.1→7.6%) 등 수도권에서 증가율이 소폭 줄어들거나 오히려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전국의 원화대출 증가율 추이(8.3→6.1%)와 비교해도 부울경 지역의 감소폭은 뚜렷하다.
 

[그래픽=아주경제]


이는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침체 타격이 큰 부울경에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지자, 금융사들이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경남본부 한대성 과장과 진찬일·임종수 조사역은 지난해 말 한은의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2018년 중 경남지역 금융기관의 산업대출 증가율은 1.7%로 전국 평균(5.2%)을 크게 하회했다"며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최근 5년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데, 금융기관이 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응해 대출을 보수적으로 내보낸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대출 감소세가 커지면서 이들 지역의 투자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기업이 생산설비 구입을 위해 받는 시설자금 대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추이를 보면 전국은 2014년 말 17.0%에서 지난해 11월 6.3%로 3분의1 가까이 줄었다.

그런데 부산(18.2→5.1%), 울산(14.0→4.0%), 경남(17.9→1.1%)의 증가율 감소세가 더 뚜렷하다. 서울(15.7→7.1%), 인천(14.6→8.4%), 경기(18.5→7.7%)는 전국만큼 축소되지는 않았다.

지방경기가 나빠지자 지방 기업들의 건전성이 악화돼 돈줄이 막히고, 이는 지역 투자 감소를 불러 지방경제가 다시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상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출이 급증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돈줄이 급격히 막히는 것"이라며 "특히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기업들이 차입에 어려움을 겪으면 해당 지역의 자영업자들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지역민들 가계 사정까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