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신문 팔던 청년, 대한민국 유통 1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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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20-01-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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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껌으로 시작해 재계 5위로···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

 

신격호 명예회장 젊은 시절.[사진=롯데그룹 제공]


일본에서 신문팔이와 우유배달을 하던 한 청년은 고된 타향살이를 견뎌내고, 껌을 팔아 사업가로 성공했다. 그의 성공은 바다 건너 조국의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이 됐다.

이 집념의 사나이는 결국 고국으로 돌아와 롯데를 식품과 유통, 화학을 아우르는 재계 5위 기업으로 일궈냈다.

대한민국 유통 1세대를 이끈 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4시29분, 향년 99세에 숙환으로 별세했다.

◆껌에서 초콜릿으로···제과시장 제패
그는 1921년 10월4일 경남 울산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20대 초반인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팔이, 우유배달 등의 일을 하면서 세계적 명문인 와세다 대학 화학과를 졸업했다.

청년 신격호는 첫 사업이 폭격으로 공장이 전소되는 시련을 겪지만 허물어진 군수공장에서 비누를 만들어내면서 진정한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자 껌은 일본에서 갑자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청년 사업가 신격호도 타고난 사업 감각을 발휘해 껌 사업에 뛰어든다. 워낙 껌이라면 없어서 못 팔던 시절이라 신 명예회장은 큰돈을 번다. 그는 드디어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의 법인사업체를 만들게 된다. 이때 회사 이름 ‘롯데’가 탄생했다.

문학에 심취했던 청년 신격호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롯데라는 이름을 따온다. 신 명예회장의 감수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변변한 장난감이 없던 시절이라 롯데의 풍선껌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식품이라기보다는. 심심한 입을 즐겁게 해주는 장난감으로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 주효했다.

신 명예회장은 1961년 일본가정에서 손님 접대용 센베이가 초콜릿으로 대체될 기미가 보이자 초콜릿 생산을 결단한다. 초콜릿은 제조방법이 까다로워, 과자 사업 중에서는 중공업이라고 일컬어진다.

신 명예회장은 유럽에서 최고의 기술자와 시설을 들여와 초콜릿 시장을 장악했다. 이것은 훗날 롯데가 비스킷과 캔디,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등 종합 제과사로 부상하는 밑거름이 됐다.

◆‘사업보국’ 현해탄 경영의 시작
“새롭게 한국 롯데 사장직을 맡게 됐지만, 조국을 오랜 시일 떠나 있었던 관계로 서투른 점도 허다하다. 성심성의껏, 가진 역량을 경주하겠다. 나의 기업 이념은 품질 본위와 노사협조로 기업을 통해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이다.”

1967년 한국 롯데제과를 설립하면서 신 명예회장이 한 말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 명예회장의 꿈은 조국 대한민국에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신 명예회장은 기업보국(企業報國)을 기치로 삼았다. 전쟁 이후 폐허의 된 조국의 어린이들에게 풍요로운 꿈을 심어주는 것이 계획이었다. 한·일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7년 가장 먼저 ‘롯데제과’를 설립해 모국투자를 시작한 이유다.

롯데제과에 이어 롯데그룹은 1970년대에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삼강(現 롯데푸드)으로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발전했다.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설립해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관광 산업의 현대화 토대를 구축했다.

국가 기간산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롯데는 공개입찰을 거쳐 1979년 호남석유화학(現 롯데케미칼)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신 명예회장의 도전은 계속됐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롯데월드에 이어 ‘제2롯데월드’를 건설해 잠실 지구를 한국의 랜드마크로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복합 관광명소로 키워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88년 서울시로부터 부지 매입 이후, 마침내 2011년 지상 123층 높이 555m ‘롯데월드타워’ 전체 단지의 건축 허가를 최종 승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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