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열차 암표 거래에 매크로까지 동원..."단속ㆍ처벌 규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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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1-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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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암표거래는 단속 못해

설명절이 다가오면서 열차 암표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단순반복 기능이 주인 매크로 프로그램까지 동원된 암표 사고팔기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주체가 불명확하고, 특히 온라인을 통한 암표 거래는 적용 법조차 마땅치 않아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즐거운 명절을 기대하는 귀성객만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KTX·SRT 양도(암표 판매) 전문 카페 게시글 목록 중 일부.[사진 = 인터넷 카페 캡쳐]


16일 본지가 포털사이트에 'KTX'나 '설 승차권'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니  오는 설 명절에 이용할 수 있는 KTX·SRT 승차권 암표 매매가 성행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네이버 중고거래 카페 외에도 열차표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사이트도 다수 있었다. 이곳에 올라온 게시글만 총 2만6000여건에 달했다. 

암표 판매자가 남긴 연락처로 전화를 하자 서울~부산 고속철 편도 한 표에 8만원을 요구했다. 본래 푯값이 5만9800원이니 웃돈이 2만원 이상 붙은 것이다. 

거래는 판매자 계좌로 돈을 보내면 KTX 매표 앱 '코레일톡'에서 '선물하기' 기능으로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의 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SRT 승차권 거래도 같은 식이다.

 

KTX·SRT 양도(암표 판매) 전문 카페에서 표 8장을 파는 게시글 중 일부. 판매자는 통화에서 한 표당 7만5000원을 제시했다. [사진 = 인터넷 카페 캡처]


기자와 통화한 A씨는 "명절마다 용돈 벌이로 한다"며 "예매 기간에 왕복 12장(계정당 최대 구매 수)을 사두면 20만원 정도는 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표를 구입할 경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귀성표 구하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어 통화한 B씨는 "(가격은) 판매자 마음대로니까 다른 곳도 알아보고 다시 전화달라"며 "만약에 원하는 시간대가 없으면 매진된 것도 구해드리겠다"고 했다. 

한 판매자가 알려준 방법대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레츠코레일'에 접속하자 오는 25일 매진된 표를 자동예매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가 바뀌었다. 

반환표가 나와 자동예매에 성공하면 별도의 알림음과 함께 결제창으로 넘어가도록 돼 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 레츠코레일 예매화면에 '매크로'와 '자동 예매 시작' 버튼이 생긴 모습. [사진 = 레츠코레일 홈페이지 캡처]


암표 거래 자체가 불법인 데다 한 자리의 표를 다수에게 팔아 치우는 사기행각에 추가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에 따르면 좌석 하나를 두고 여러 승객이 다툴 경우 암표 거래가 대부분이고, 정상적인 경로로 구입하지 않은 경우 푯값 외에 30배의 부가운임이 부과된다. 

하지만 제도적 허점으로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2011년 철도사업법이 개정돼 불법 승차권 판매 적발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단속 실적은 아직까지 제로(0)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속주체가 명시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며 "경찰에 단속을 의뢰하려 해도 온라인 거래는 경범죄 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매크로 프로그램의 불법 이용을 막는 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고, 경범죄 개정은 경찰청이나 행정안전부 소관"이라고도 했다. 

코레일과 SR은 이 때문에 귀성객들을 상대로 한 캠페인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R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의 경우 모니터링하면서 과다 접속자의 IP주소를 차단하는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암표 판매가 올라오는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에게 게시글을 내려달라고 하거나 언론 보도자료 등으로 암표 구매 근절 캠페인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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