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도 못 가요?"…낙하산 논란 장기화에 기업은행 '몸살'

서대웅 기자입력 : 2020-01-15 18:03
노사 갈등에 정기인사 연기 기은 "휴‧복직자 이달 중 우선 인사발령"
'낙하산 인사' 논란이 지속되면서 IBK기업은행 직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정기인사가 지연되는 탓에 직원들은 육아휴직마저 쓰지 못하고, 지점에서는 영업 동력을 잃어 1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직원 300여명으로부터 육아휴직 신청을 받았다. 기업은행이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한 이래 최대 규모다.

계획대로라면 이들 직원은 이번 주에 휴직에 들어가야 하지만, 언제 쉴 수 있을지조차 결정 나지 않았다. 이달 초 선임된 윤종원 행장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조합 간 갈등이 이어지면서 정기인사가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연말 연초 임원인사 후 직원인사를 내는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매년 1월과 7월 중순 임원과 직원인사를 동시에 단행한다. 이때 육아휴직을 신청한 직원들도 휴직에 들어간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례다. 그런데 정기인사가 무기한 연기되며 임신한 직원들조차 휴직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의 한 직원은 "임신을 한 동료는 정기인사만 바라보고 참으며 근무해 왔는데, 인사가 늦어지면서 힘들어하고 있다"며 "주위에서는 바로 휴직을 권하고 있지만, 지점 피해를 막기 위해 아직도 출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점 간 이동자가 결정되지 않자 지점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업은행은 정기인사를 통해 지점 인력의 20~30%가량을 다른 지점으로 순환 근무케 한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승진 및 이동자가 빨리 결정돼야 영업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경영 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업은행은 정기인사를 단행한 후인 1월 말께 연간 및 반기 실적목표를 세우고, 각 지점에 목표치를 부여해 왔다. 그러나 올해 기업은행 지점들은 해당 계획을 늦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1분기 실적 전망은 흐리다. 기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저성장·저금리로 경영 환경이 어느 때보다 나빠져 타 은행들은 영업에 고삐를 죄고 있는데, 당행은 오히려 영업현장 분위기를 구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겠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정기인사는 일러야 설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임상현 전무이사의 후임을 놓고 윤 행장은 고심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사실상 '2인자'인 전무는 기업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임 전무 후임은 외부에서 '수혈'된 윤 행장과 기업은행 직원들 간 소통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부행장 15명 중 3명이 같은날 임기가 끝난다.

한편 기업은행은 이날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상반기 정기인사에 앞서 출산 등 휴‧복직자만을 대상으로 이달 중 인사발령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은 취임 후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와 '적재적소 인사'를 강조했다"며 "여러 사정으로 상반기 인사가 다소 지연될 수 있겠지만, 휴‧복직을 계획하고 있는 일부 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것이 이번 인사발령의 취지"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노조가 지난 7일 출근을 시도하는 윤종원 행장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린이꽃이 피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