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국판 실리콘밸리 ‘웨강아오대만구’서 일대일로 꿈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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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푸젠(중국)=최예지 기자
입력 2020-01-16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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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일대일로 현장 가다...광둥성·푸젠성 방문

  • TCL·이항 등 中 기업, 일대일로 통해 '훨훨'

  • 中, '현대판 실크로드'로 문화 교류도 강화

55㎞.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대교의 총 길이다. 숫자만 봐선 길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는데, 실제로 가서 보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중국 해사국이 제공한 순시선에서 바라본 강주아오대교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한눈으로 담을래야 담을 수 없었다. 마치 하얀색 용이 수평선을 따라 바다 저편으로 날아가는 듯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라는 명성과 걸맞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최근 기자는 중국 국무원 화교사무(僑務)판공실과 신문판공실이 공동 주최, 중국 반관영 중국신문사가 주관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광둥(廣東)성·푸젠(福建)성' 행사에 참여했다. 열흘 동안 광둥성 광저우(廣州)·주하이(珠海)·후이저우(惠州), 푸젠성 샤먼(廈門)·취안저우(泉州)·푸저우(福州) 등 6개 도시를 둘러보며 현지 정부와 기업들의 일대일로 참여 열기를 체험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강주아오대교.[사진=중국신문사 제공]

◆中, 웨강아오대만구로 일대일로 구축 '박차'

'웨강아오대만구로 세계급 도시군을 만들자(打造粤港澳大灣區建設世界級城市群).'

광둥성의 광저우, 주하이, 후이저우를 돌아다닐 때마다 눈에 띈 플래카드 문구다. 웨강아오대만구에 속한 도시를 하나로 통합해 세계적인 '메가시티(거대 도시군)'를 구축하자는 의미다. 웨강아오대만구의 각 도시들은 각자에 맞는 전략적 포지셔닝을 세우고 경제 발전에 '올인'하고 있었다. 

웨강아오대만구는 선전을 비롯해 광저우, 주하이, 포산, 중산, 둥관, 후이저우, 장먼, 자오칭 등 중국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묶어 거대 광역 도시권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웨(粤)'는 광둥성을, '강(港)'은 홍콩, '아오(澳)'는 마카오를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이를 미국 뉴욕베이와 샌프란시스코베이, 일본 도쿄베이 등 세계 3대 베이(연안)에 버금가는 경제권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강주아오대교는 웨강아오대만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설됐다. 중국 해사국의 한 관계자는 "강주아오대교 개통으로 웨강아오대만구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대만구 내 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강주아오대교에는 하루 평균 1000대 화물트럭과 4000대 승용차가 다리를 바삐 오간다.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0월 개통한 이래 총 150만대 이상 차량이 강주아오대교를 건넜다. 총 이용객 수는 2400만명 이상이다. 하루 평균 6만7000명이 다리를 이용했다는 얘기다. 

웨강아오대만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은 웨강아오대만구 개발을 통해 일대일로 구축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4대 베이경제권 개요.[그래픽=아주경제]

강주아오대교와 함께 웨강아오대만구 건설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 있다. 광둥성 주하이시 헝친(橫琴)신구다. 중앙 정부는 상하이 푸둥(浦東)과 톈진 빈하이(濱海)에 이어 지난 2009년 헝친다오를 국가급 개발신구로 지정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헝친신구는 친환경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헝친신구관리위원회 정부 관계자는 "헝친신구는 일대일로의 중요한 허브"라면서 "현재 각국 간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 등 국가에 경제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해놓은 상태"라며 "헝친신구를 통해 웨강아오대만구 위상이 올라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향후 10~15년 안에 헝친신구를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개방섬', 살기 좋은 '활력섬', 첨단기술이 활성화된 '스마트섬', 친환경 '생태섬'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개발구의 '과학기술기업가속기(加速器)' 산업단지.[사진=최예지 기자]

◆중국 기업, 일대일로를 통해 '훨훨'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 기업들이 교역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일대일로를 통해 확장한 무역·교통 네트워크로 시장을 개척하고 제품을 원활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다.

중국 정부의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대중 창업을 유도하고, 모두가 혁신을 이룬다)' 정책 시범기지 중 하나인 광둥성엔 유수 IT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광저우시 광저우개발구에는 수많은 IT 스타트업이 있다. 중국 당국은 광저우개발구에 '과학기술기업가속기(加速器)' 산업단지를 마련해 스타트업에 대폭 지원하고 있었다. 

기자는 드론업체 이항(億航), 중국 대표 블랙테크놀로지 선두주자인 캉윈커지(康雲科技), 3D 프린터 업체인 헤이거즈자오(黑格智造)를 찾아가 중국의 IT 혁신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이항 드론. [사진=최예지 기자]

이항은 '자율주행 비행기'를 통한 여객 운송, 물류, 스마트 시티 관리와 미디어 등 영역에서 제품을 공급하는 중국 민영 드론 기업이다.

앞서 2017년 두바이에서 사람을 태우고 자율주행 비행하는 이른바 '드론 택시' 운영을 세계 최초로 개시하기도 했다. 이외 유럽 지역에서 테스트 비행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항공기업 FACC와 손잡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에선 국제특송기업인 DHL과 손잡고 도시형 스마트 물류 드론도 개발했다.

이항은 미국 기술주 거래 시장인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항이 상장에 성공하면 중국 드론기업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사례가 된다.

리자오 이항 홍보 담당자는 "우선 광저우에서 에어택시 상용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광저우 시당국과 함께 항공 교통 관제 센터를 설립했다"면서 "에어 택시 상용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캉윈커지는 3D, 4D 등 다차원 스마트 IT 융합 시스템을 만드는 중국 대표 블랙 테크놀로지(최첨단 기술) 기업이다. 캉윈커지는 설립된 지 3년 채 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셰웨이언 캉윈커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지 경찰, 소방서 등 공공기관과 협력해 정보 및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면서 "캉윈커지 자체만의 인공지능(AI)기술을 통해 2D 이미지를 단 몇초 만에 다차원 공간으로 자동 모델링한 후 관련 정보를 공공기관에 제공한다"고 밝혔다. 현재 BMW, 뷰익, 훙치자동차와도 기술 협력을 통해 3D 이미지를 제공한다고 부연했다.

후이저우에선 세계적인 가전회사로 도약한 TCL과 자동차 전자제품 제조업체 더사이시웨이(德賽西威) 본사를 방문했다. 

TCL은 가전시장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하는 중국 대표 가전업체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TV 시장을 잠식한 데 이어 QLED(퀀텀닷 필름을 적용한) TV 등 프리미엄 제품 시장도 넘보고 있다. 

TCL 전시장에서 삼성전자가 2017년 출시한 '더 프레임' TV와 유사한 디자인의 '프레임 TV'를 볼 수 있었다. 프레임 TV는 미술 작품이나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마치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다.

더사이시웨이는 중국 본토 자동차 브랜드는 물론, 세계 브랜드에 자동차 오디오, 메인보드 등 자동차 전자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더사이시웨이는 세계 최초 안드로이드8.0 기반인 '스마트네트워크시스템'을 출시했다. 스마트 기술로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해 음악, 에어컨, 난방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에 위치한 청정사.[사진=최예지 기자]

◆경제·문화 두 마리 토끼 잡으려는 '현대판 실크로드'

현지에서 본 일대일로는 단순한 경제 프로젝트만은 아니었다. 동·서양 문명 교류의 통로였던 고대 실크로드를 '신 21세기 실크로드'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다시 구축해 각국의 문화 교류를 강화하자는 뜻도 담겨있었다.

이를 위해 중국이 내세우는 인물은 600여년 전 명나라 때 정화(鄭和) 제독이다. 정화가 함대를 이끌고 7차례에 걸쳐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를 횡단하면서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적인 항로 개척을 했다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중국은 정화를 앞세워 600여년 전 정화가 개척한 길이기도 한 신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위상 제고는 물론 동서의 물류와 문화교류에 세계사적 지평을 확대하려 하는 것이다. 

취안저우는 정화가 항해한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다. 시진핑 지도부가 일대일로 프로젝트 출발지로 명명한 취안저우는 정화가 제5차 원양함대를 출동시키면서 제사를 지냈던 곳이다.

취안저우 곳곳에서 과거 해상 실크로드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해상 실크로드 문명의 융합성을 잘 보여주는 천년고찰 개원사(開元寺), 취안저우 해외교통사 박물관, 취안저우 시내에 있는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인 청정사(淸淨寺) 등을 통해서 중국의 고대 해상 실크로드 역사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취안저우는 일대일로 바람을 타고 해상 실크로드 관련 무형 문화유산을 전파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푸저우 무형문화유산박물관 관계자는 "해상 실크로드 비물질 문화유산의 전파 및 계승을 위해 앞으로 일대일로 연선국과의 협력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일대일로를 통해서 문화 무역 교류를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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