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격추 사죄" 이란, 정치적 타격 불가피…백악관 반응에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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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1-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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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외 이란 정부·군부 입지 줄어…향후 협상자세 바뀔 수도

  •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란 완전한 조사와 보상 책임져야"

  • 백악관 아직은 입장 밝히지 않아…추가조치 취할 지 관심

  • 이란 최고지도자, 여객기 격추정보 공개 지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란은 11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를 시인하면서,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중동 지역 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란은 이번 사건으로 중동 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입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새로운 핵협상 카드를 내민데 대해 이란이 새로운 태도로 협상에 임하면서 국면 전환을 이어갈 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의 이례적 '실수 인정'···백악관 입장에 관심

이란 합동참모본부는 11일 이란 국영TV를 통해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적기로 오인해 격추했다, 사람의 실수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술적인 실수로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내용이다. 

이란은 이번 사건이 '인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죄 입장을 표명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 정부는 이번에 발생한 재앙적인 실수를 깊이 후회한다”며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여객기 격추정보 공개 지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사고 조사에 협력할 의지를 밝혔다. 

앞서 이란은 기체 결함 가능성을 주장해왔지만, 격추와 관련된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입장을 돌연 바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국이 이란 내 이익대표부 역할을 하는 주 테헤란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 이란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를 보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아직 이란의 사죄에 대해 공식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아직 현지시간으로 11일 새벽이라는 점을 미뤄볼 때 백악관이 몇 시간 뒤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무력 충돌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은 아직 낮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도 미국은 무력 대신 경제 제재 카드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언론은 국내 반전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 국제적 입지 좁아질 듯···향후 미국 핵 협상에 응할지 관심

그러나 이번 격추 사건으로 이란 내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던 당시 이란항공 소속 여객기가 테헤란에서 두바이로 향하던 중 걸프 해역 상공에서 미군 군함이 쏜 미사일에 격추돼 이란 국민 290명이 죽은 사건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적기로 오인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란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억류됐던 인질 52명을 기억해야 한다고 하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숫자 290'을 기억하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란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에 책임을 인정하면서, 관련 보상 처리를 두고 이란과 서방 국가들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이란 위기의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8일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 이후 추가 경제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이와 더불어 이란에 새로운 핵 합의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종용했다. 이란은 미국에 대한 불신과 강경한 자세를 이어왔지만, 여객기 격추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뒤 입지가 좁아진 만큼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전보다 유화적인 자세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란의 군부도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를 미사일로 보복하면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대한 지지는 높아졌었다. 그러나 여객기 격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싸늘하게 반전될 수 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이란의 입장 발표 뒤 "국제적인 조사 전에 진실이 밝혀졌다"면서 "이란은 이번 사고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며, 추가적인 사고 후 처리와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을 통해 "이란으로부터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에 대한 자세와 책임자 처벌, 사고 희생자 시신 송환, 손해 배상금 지급, 외교적 경로를 통한 공식 사과 등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어 향후 조사가 인위적 지연이나 방해 없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전문가(이란 파견 우크라이나 전문가) 45명이 정의 규명을 위해 (사고 현장에) 전면적으로 접근하고 (이란 측의) 협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의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현장에 기체 잔해가 널려 있다. 이란 군 당국은 11일 낸 성명에서 176명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은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발사된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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