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오는데 5년 9개월 걸렸다"… 세월호 유가족, 영장심사서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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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1-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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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들이 죽는데 해경은 아무것도 안 했다, 우리 가족들이 여기까지 오는데 5년 9개월이 걸렸다."

8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6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재판정에서 유가족들이 한 말이다.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김광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이 유족을 대표해 이날 2건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서울중앙지법 영장 재판 법정에 섰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어떤 것을 말했는가'를 묻는 아주경제 취재진의 질문에 "세월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중에는 현직도 있고 전직도 있다, 전관예우나 증거인멸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꼭 구속이 필요하다"며 "그 당시에 해경이 한 것도 없고, 말로는 죄송하다고 하지만 제대로 진행된 것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족 측은 담담한 목소리로 "우리아이들이 죽는데 해경은 아무것도 안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생존·사망자 가족으로 이뤄진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측은 전날 법원에 영장실질심사 방청 허가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의 재량으로 유족 2명이 비공개 법정에 들어가 피해자 진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날 유족 측은 법정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나와 "팽목항에 도착해 줄지어 늘어선 헬기를 보고 이유를 몰랐지만 구조 헬기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적극적인 구조 행위를 하고 있다고 얘기했는데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어 "누구도 배 안에 있는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구속영장이 청구된 (해경) 지휘부는 배 안에 있는 목숨에는 한치의 관심도 없었고 오로지 자신들의 의전만 챙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참사 당시 즉시 구속돼야 했는데 지금 구속도 너무 늦다"며 "지금이라도 더 이상의 증거인멸을 막고 철저하고 집중적인 수사를 위해 피의자들을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세월호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정일 변호사도 이날 피해자 진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청장은 도의적 책임이 있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하는데, (재판부에) 구조본부장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잘 살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반면 김 전 청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현장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등 시스템의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구조 실패와 관련된 법적 책임은 없다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청장을 비롯한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여인태 제주지방해양경찰청장 등 3명의 영장실질심사는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됐다.

김 전 청장은 법정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저로 인해 유가족의 아픈 마음이 달래질 수 있다면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따르겠다"면서도 "급박한 상황에서 해경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말씀은 꼭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 등은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이 나올 때까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는 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나온 장훈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왼쪽 두번째) 등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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