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CES 2020] 5G 수익 모델 절실한 통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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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미국)= 한준호 기자
입력 2020-01-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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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가 모든 것을 바꾼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19’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통해 강조했던 말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증기기관과 전기와 같은 범용기술이 산업혁명을 일으켜왔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5G(5세대 이동통신)가 가져다줄 ‘연결’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5G는 지난해 4월 한국의 세계 최초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치열한 상용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는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이 상용화 경쟁에 가세한다. 5G 상용화가 시작된 이후 처음 열리는 ‘CES 2020’에선 5G의 ‘연결’에 기반을 둔 기술제품과 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한스 베스트베리 CEO는 5G와 기존 통신망과의 결정적인 차이점 8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5G가 △초당 10기가바이트(GB)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는 초고속성 △초당 10테라비트(TB)에 이르는 대용량 전송 △시속 500㎞로 달려도 끊기지 않는 모빌리티 △100만개의 단말을 연결하는 초연결성 △기존 네트워크보다 10% 개선된 에너지 효율 △5밀리 세컨드(초) 이하의 초저지연 △90분에 완료되는 신속한 서비스 △이 모든 것을 99.999% 유지하는 신뢰성이 필수라고 말했다.

베스트베리 CEO는 “5G의 속도와 광대역은 통신 서비스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CES 2019' 기조연설에서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가 5G의 8가지 차별점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CES 2019 기조강연 동영상 캡처) 


◆ CES 2020...5G ‘초저지연’과 ‘초연결성’에 기대

올해 CES의 화두는 단연 5G다. 지난해에도 5G가 주목받긴 했지만, 상용화하기 전이라는 한계로 관련 전시가 구체성이 없었다는 방문자들의 혹평이 이어졌다. 삼성전자도 5G 기지국과 프로토타입으로 준비된 5G 스마트폰만 전시했다. 인텔도 5G 칩을 공개하지 않았고, 버라이즌과 AT&T는 5G 관련 부스조차 준비하지 못했다.

무선통신규격을 나타내는 ‘G’는 ‘Generation(세대)’의 머리글자다. 그래서 5G는 다섯 번째 통신규격이란 뜻이 담겨있다. ‘1G’서비스는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공된 탓에 용도가 통화기능에 제한됐다. 당시 부품의 소형화도 이뤄지지 않아 카폰(Car Phone) 형태로 서비스됐다.

1990년대 들어 ‘2G’서비스가 나왔는데, 디지털 방식이 채택되면서 문자 송수신이 가능해졌다. 제한적이지만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연결되기도 했다. 2000년대엔 ‘3G’서비스가 등장해 음악듣기와 이미지 전송이 일반화됐다. 이 시기에 스마트폰의 시초 아이폰이 등장했다. 2010년대는 ‘4G’서비스가 시작돼 고화질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통신네트워크는 10년을 주기로 속도가 비약적으로 개선됐다. 과거 30년 동안 최대통신속도는 10만 배 향상됐다. 이 흐름이 5G까지 이어지면서 초당 20기가비트로 송수신이 가능한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속도로 2시간짜리 영화를 다운로드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초다.

5G는 초고속이라는 특징에 ‘초저지연’과 ‘초연결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이 추가된 통신규격이다. 초저지연은 타임랙(지연)이 적다는 뜻인데 스마트폰 단말과 기지국 간 통신에 드는 시간이 지금보다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 1밀리 세컨드(0.001초)까지 단축된다. 인간의 뇌가 갖는 신경 반응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 초연결성은 좁은 공간에서 동시에 수많은 단말과 연결할 특성을 말하는데, 1㎢ 당 100만대의 단말과 연결이 가능하다. 이는 4G서비스의 100배 수준이다. 그래서 5G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IoT(사물인터넷)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열린 'CES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의 주제는 5G'. 5G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솔루션을 소개했다. (사진=CES 기조강연 영상 캡처) 


◆ 5G는 영상, VR·AR, 게임 분야에 가장 먼저 침투

5G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분야는 영상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버라이즌, NTT도코모 등 전 세계 이동통신사들이 5G 기술을 시연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고나온 게 영상이다. 4K(초고화질) 영상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스마트폰에서 재생하거나, 타임랙 없는 초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서비스의 보급과 발전도 5G가 열쇠를 쥐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어VR’을 선보이고, 페이스북 산하 오큘러스, 소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업체가 VR기기라 불리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제품을 출시하고는 있지만, 판매는 아직 저조하다. 시장조사회사 IDC에 따르면, 2018년 VR기기의 전 세계 출하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564만대에 그쳤다.

VR기기의 판매가 저조한 이유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아직 4G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4G로 VR을 체험하면 화소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지연시간도 길다. 그래서 멀미를 호소하는 이용자가 속출했다. 안정적인 5G 서비스가 제공되면, 초저지연이 실현돼 낮은 화질과 이용자의 멀미와 같은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5G 상용화 이후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서비스를 개척하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게임을 스트리밍 형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동안 통신의 지연은 게임을 인터넷으로 즐기는 가장 큰 장애 요소였지만, 5G의 초저지연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국내에선 가장 먼저 LG유플러스가 엔비디아와 함께 150여종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지포스나우' 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4개의 게임 타이틀로 '엑스클라우드'를 선보였다. KT도 대만의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유비투스와 손잡고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


◆ 과제는 수익 모델의 창출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수익 모델의 창출이다. 5G망 설비에 투자한 자금을 언제쯤 회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장조사회사 IHS마킷에 따르면, 5G 도입을 위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는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7개국을 모두 합쳐 2020년에서 2035년까지 연평균 2000억 달러(약 233조원)에 달한다. 국내 이통3사도 지금까지 5G 설비투자에 2조원을 투입했다. 통신망 구축을 위해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압박으로 통신요금을 인상해 이를 회수하기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그래서 통신사들이 눈을 돌린 곳이 B2B(기업 간 거래) 영역이다. 5G 시대의 네트워크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기계를 위해 활용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다. 통신사들은 설비구축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고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업종과 협업을 시작했다. 드론을 활용한 경비시스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안면인식 시스템, 건설기기의 원격조정, 자율주행과 원격의료까지 다양한 비즈니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B2B 사업으로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IT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는 오랜 기간 규제의 틀 안에서 보호받아왔기 때문에 스스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실제 SNS나 동영상, 음악 스트리밍 등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수익화에 성공한 기업들은 통신사가 아니라 모두 구글과 같은 IT기업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5G로 모든 게 바뀌는 새로운 시대의 사업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5G가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으로 판단하는 다양한 업종과 협업할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번 CES에선 각 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협업 모델을 제시해 5G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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