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자 상대 지급운동 펼치는 구본창씨

최우석 기자입력 : 2020-01-02 04:49
‘배드파더스’싸이트에 미지급자 신상 공개 400 건 중 111건 해결, 명예훼손 논란도
구본창씨(56)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혼 전 배우자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해 양육비를 받게 도와주는 일을 하는 사회운동가이다. 구씨는 2018년 7월부터 ‘배드파더스’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며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쪽은 대개 아빠들이다. 그래서 싸이트 이름을 ‘나쁜 아빠들’이라는 의미의 ‘배드파더스’로 지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 초기에 올린 나쁜 아빠 명단은 200명이었다. 이 가운데 31명은 사이트에 신상이 게재되자 양육비 지급을 즉시 완료했다. 올해 11월 기준 사이트에 등재된 건 수는 400여 건이다. 사이트 게재를 통해 양육비 지급 문제가 해결된 사례도 111건에 이른다. 구씨는 “오로지 제보에 의해서 운영되지만 잘못된 정보가 게재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신상 공개는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최종 법원 판결문을 기준으로 한다. 동시에 양육비 합의서와 공증 합의서 등도 참고하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육비를 지급한 것이 확인되면 리스트에서 즉시 삭제한다”고 밝혔다.


구씨는 악성 사례 중 하나를 소개했다. “월 500만원씩 4년간 총 2억 4000만원의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형로펌의 변호사에요. 그분 한 달 수입이 8000만원입니다. 주지 않은 양육비가 3개월치 월급밖에 되질 않죠. 이혼 후 엄마는 경력 단절로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보니 식당에서 서빙을 했어요. 딸의 생활 수준도 이혼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죠. 그런데 엄마가 배드파더스에 제보하겠다고 하니 바로 미지급양육비를 주었다고 하더군요.”


구씨는 필리핀에서 ‘코피노(Kopino: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아버지 신상공개 사이트’를 만들어 코피노의 양육비 문제에 대하여 사회활동을 하였던 인물이다. 구씨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대입재수학원 영어 강사를 하다 은퇴한 후에 딸 둘이 유학중인 필리핀으로 갔다. 거기서 코피노를 키우고 있던 젊은 엄마를 만나면서부터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구씨는 “나도 딸 둘이 있는 아버지로서 코피노들이 부모로부터 버려진 채 어렵게 살아가며 한국에 대해 분노심을 느끼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어 코피노들에게 양육비를 받아주는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구씨는 “코피노는 아빠에게 버림받았지만 엄연히 우리 핏줄이며, 하루 두 끼도 못 먹는 이 아이들이 너무 안 되어서 이 활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그 뒤 한국에서도 이혼한 남편들이 자식들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고 배드파더스 싸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국내 양육비 이행실태를 보면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80%를 오르내린다. 여성가족부가 2019년 발표한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서 양육비 미지급률은 78.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씨는 “우리나라 양육비 지급률이 20%에 머무는 이유가 미지급에 따른 법적 불이익이 적고, 이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적인 구제방법이 없지는 않으나 실효성이 매우 낮고, 오랜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육자와 아동의 고통만 커진다”고 설명했다.


구씨는 “사이트에 게재된 사례 대다수가 법적 절차를 거친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장기에 걸친 ‘악성’ 미지급 사례”라며 “형사절차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아동의 생존권을 위하여 신상 공개는 불가피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간주하고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하여 국가발급 면허증 및 여권 취소, 기소 및 구금, 징역형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양육비 이행 강제조치 및 미지급에 대한 제재 조치도 미약하거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구씨는 국내에서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명예훼손 등으로 현재까지 총 15번의 고소를 당했다. 결국 구씨는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검찰은 구씨가 자신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을 사이트에 게시하고, 제보받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사이트 운영진에게 전달해 이를 게시되도록 한 행위가 범법 행위라고 봤다.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양육비 미지급자를 ‘압박’하려 한다는 사이트 취지상 비방의 목적이 있고, 사실을 사이트에 적시했기 때문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검찰은 애초에 구씨를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 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 사건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넘겼다. 구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내년 1월 14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이 사건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재판은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다.


현재 국내의 대형 법무법인이 연합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구씨를 무료 변론하기로 하였다. 그들은 구씨의 활동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무료 변론에 나섰다고 한다.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가 ‘아동의 생존권 침해’를 막기 위한 정당한 활동이냐, ‘미급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냐는 가치의 대립 속에 배심원들과 법원의 판단은 어떠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 = 구본창 WLK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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