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친이란 시위대 美대사관 습격…전운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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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19-12-3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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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미 시위대 美 대사관 출입문 부수고 진입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 카타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한 미국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31일(현지시간) 오전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에 진입하면서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이 시위대에 사실상 습격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지지자 수십 명이 미 대사관 차량 출입용 문을 부수고 안으로 몰려들었다. 최루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들렸으며 공관 안에서 불꽃이 보였다"라고 전했다.

미 대사관은 외벽이 여러 겹인 데다 본관에 들어가려면 철문을 수차례 통과해야 해 시위대가 본관에 접근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대사관을 지키는 미군이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최루탄과 섬광탄을 쐈다고 보도했다.

원래 미 대사관은 경비가 삼엄한 그린존 구역 안에 있지만, 이날 시위대는 그린존 입구를 별다른 제지 없이 통과해 미국 대사관에 접근할 수 있었다.

로이터는 미국 대사를 비롯해 외교관과 직원 등 대사관 인력이 시위를 피해 대사관을 비웠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수천 명 규모의 시위대는 폭격으로 사망한 카타이브-헤즈볼라 조직원의 장례식을 치른 뒤 반미 구호를 외치면서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으로 향했다. 일부 시위대는 대사관 주변의 감시 카메라를 부수고 외벽과 경비초소에 불을 질렀으며, 시위대의 위세에 대사관 경비병이 내부로 몸을 피하기도했다.

시위대는 대사관 외벽에 카타이브-헤즈볼라의 깃발을 내걸고 성조기를 불태웠다. 외벽에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국민의 명령이다. 폐쇄하라'라고 적은 낙서가 목격됐다.

이들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민과 조직원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7일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키르쿠크의 군기지에 로켓포 30여 발이 떨어져 미국 민간인 1명이 죽고 미군이 다치자, 이 공격의 배후를 카타이브-헤즈볼라로 지목하고 지난 29일 이 조직의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지대 기지 5곳을 전투기로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이 조직의 고위 인사 4명 등 25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

미국의 공격에 이란이 "중동의 안보와 안정을 불안케 하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충돌 위기가 고조되면서 중동 정세가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상황이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시아파 민병대의 군사 시설을 공격한 것은 방어적 조치였다"고 규정하며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것(공격)은 이라크 내 미국 병력 및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전투'(defensive action)라는 이해에 따라 시작된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억지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한 미국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31일(현지시간)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에 진입, 기물을 부수고 불을 지르고 있다. [사진=바그다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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