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2019 송년시] 해는 왜 저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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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12-3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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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인터스텔라'와 '마션' 속 내용을 현실화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우주 탐사는 더는 상상 속의 일도, 남의 나라 이야기도 아니다. 세종시 연기면 국토지리정보원 우주측지관측센터에 있는 직경 22m의 초장거리 전파간섭계(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는 지구에서 수십억 광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퀘이사(QUASAR)의 전파를 측정하기 위해 계속 움직인다. 활동성 은하의 핵인 퀘이사는 우주의 끝에 고정돼 있고 태양보다 훨씬 밝아 우주 공간상 위치 측정의 기준이 된다. 우리나라 첫 우주탐사 연구개발(R&D) 사업인 달 탐사 1단계 사업은 일정이 미뤄지고 있지만 차근차근 진행되리라고 믿는다. 2020 경자년 새해는 우주산업을 향한 도전에서 큰 발자취를 남기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촬영정보: 16mm 렌즈로 조리개 5.6, 감도 400, 25초 간격으로 4시간여 촬영 후 레이어 합성). [사진=연합뉴스]




해는 왜 저무는가


시나브로 해가 저문다
해는 왜 저무는가
삼백육십다섯개의 해가
뜨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옷깃을 여밀 시간이다
마음을 돌이켜 스스로를 살필 시간이다
지금도 해 가는 줄 모르고
서로 드잡이에 골몰하는 이들도 있고
아직도 추운 자리 피하지 못해
벌벌 떠는 삶도 있나니
해 저무는 동안 대한민국이여
잠깐 숨을 돌리고 거친 마음을 멈추고
여기 앉아 해를 보라 지는 해를
가만히 돌이켜 보라
지난 한 해 동안 우리가 무엇 때문에
광화문 서초동 몰려 다니며
그토록 서로를 미워했는지를
그 미움 끝에 우리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우리의 손가락질 끝에 있는 우리는
대체 누구인지를
날이 차가울수록 빛은 더욱 무겁게
물과 대지를 적시나니
제 몸의 뜨거움을 깊이 감추고
새로운 생명을 내놓을 준비를 하나니
아아 그토록 우리 안의 불덩이였던
그 마음 내려놓나니
바야흐로 해가 저문다
해는 왜 저무는가
다시 한 해를 내기 위해서
가차없이 어김없이 해는 저문다
올해 못 다 이룬 ‘좋은 나라’를
함께 만드는 새로운 한 해를
이젠 잘 만들어보라고
기꺼이 해가 지는 것이다

     빈섬 이상국 논설실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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