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세돌 VS 한돌' 대국에서 확인된 데이터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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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19-12-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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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바둑을 학습할 시간과 데이터가 부족했습니다."

NHN은 이세돌 9단과 NHN '한돌(HanDol)'의 3번기 1국에서 한돌이 패배한 후 이렇게 해명했다.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열린 이세돌 9단과 한돌의 1, 2국은 접바둑과 맞바둑 방식으로 차례로 이어졌다.

바둑계 뿐만 아니라 IT업계는 이번 대국이 한돌이 학습한 바둑 데이터량의 차이에서 결과를 좌우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두 차례 대국에서 한돌의 모습은 확연하게 달랐다. 첫 번째 대국에서는 '프로라면 당연히' 예상해야 할 수를 예측하지 못해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두 번째 대국에서는 시종일관 이세돌 9단을 몰아붙였다.

한돌은 2016년 이세돌과 대결했던 '알파고 리' 버전보다 발전한 성능을 갖췄다고 한다. 한돌은 이미 올해 처음으로 참가한 AI 바둑 세계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며 실력을 검증받았다.

그러나 한돌은 양쪽이 동등한 상황에서 대결하는 호선 상황만 학습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접대국으로 겨루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새롭게 입력하고 학습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한돌에게 주어졌던 시간은 2달여 정도였다.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NHN 측의 설명이다.

아무리 발달된 AI 알고리즘을 짜더라도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으면 한돌의 1국과 같은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AI에게 데이터는 공기와도 같은 필수요소라는 게 입증됐다. 

데이터가 중요한 것은 바둑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사회는 AI가 환자의 증세를 파악해 진단을 내리고, AI가 교통을 통제해 도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 자율주행차에도, 집에도, 회사에서도 AI는 마치 전기가 들어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마침 대국이 열리기 전날인 17일, 정부는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담아 지난 AI 국가전략을 내놨다. 데이터 자원을 확충하고자 2021년까지 공공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고 데이터의 생산과 유통, 활용을 지원할 공공과 민간 사이의 데이터 지도를 연계한다.

이처럼 정부가 야심차게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발표했지만, 데이터 산업 활성화에 필수적인 '데이터 3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안에 거대한 허점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상황에 가로막혀 있다.

데이터 3법 통과는 시작일 뿐이다. 사생활 침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한 대비, 더 다양한 산업으로의 확산을 위해서는 지속된 논의가 필요하다. AI 시대로 가는 중대한 길목에 있는 지금, 이세돌 9단의 1국 승리에 기뻐하는 것 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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