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맞춤형 화장품’…정부, K뷰티 활성화 말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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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12-1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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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모레·LG생건 등 대기업 맞춤형 화장품 개발 박차

  • 중소중견 “고가장비 부담…정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어”

정부가 K-뷰티 활성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시행하는 ‘맞춤형 화장품’을 두고 일부 뷰티업계에서 쓴소리가 나온다. 일부 대기업만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인 데다, 아직까지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다는 지적이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 화장품 시장 공략을 위해 맞춤형 화장품 제도를 내년 3월 시행할 계획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화장품 판매장에서 소비자 선호도에 맞는 맞춤형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팔 수 있게 된다. 유분이나 탄력, 모공 등 개인의 피부상태를 측정해 데이터를 분석한 뒤 피부 테스트를 거쳐 만들 수 있다. 

맞춤형 화장품은 최근 글로벌 뷰티업체들이 사업 다각화 전략의 하나로 적극 나서고 있는 분야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 화장품기업 시세이도는 2017년 모바일 앱을 통해 피부색을 스캔하고 맞춤형 파운데이션을 제공하는 기술 특허를 보유한 생체인식업체 매치코와 미국의 AI(인공지능) 벤처기업 지아란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 유럽에서 뷰티 브랜드 톱5 진입을 목표로 삼았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다. 로레알도 얼굴의 특징과 색상에 따라 피부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뷰티 앱 ‘모디페이스’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링크솔루션과 공동 개발한 ‘3D 프린팅 마스크팩 제조 기술’. 이 기술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에서 3D 프린팅 분야 혁신상(Innovation Award)을 수상한다. [사진=아모레퍼시픽]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이 맞춤형 화장품 개발에 나선 상태다. 

선도 업체는 아모레퍼시픽으로, 라네즈를 통해 2016년 8월 고객 피부색에 알맞은 립스틱을 즉석에서 제작하는 ‘마이 투톤 립 바’를 선보이며 업계 최초 맞춤형 화장품 출시를 공식화했다. 특히 최근에는 3D 프린팅 마스크팩 제조 기술을 선보였다.

자체 개발한 앱으로 사용자의 눈, 코, 입 위치와 이마, 볼, 턱 등의 면적을 측정한 뒤 피부 상태에 적합한 기능성 성분을 포함한 하이드로겔에 고속 3D프린터를 통해 맞춤형 마스크팩을 실시간 제조한다. 고객은 현장에서 5분 안에 완성되는 나만의 마스크팩을 살 수 있다.

LG생활건강은 2017년부터 올 3월까지 이화여대 인근에서 맞춤형 세럼 제작 매장(르메디 바이 씨앤피)을 운영했다. 매장 직원과 상담을 통해 사전 진단서를 작성하면 피부 타입별 베이스 세럼과 효능 앰플을 배합해 기초 제품을 만들었다. 현재는 롯데 잠실점·갤러리아 센터시티점·현대 천호점 등 백화점에서 씨앤피 알엑스 매장을 운영 중이다.

문제는 맞춤형 화장품 제도 시행을 앞두고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간 온도 차가 크다는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은 당장 내년 3월 제도 시행을 대비한 신사업의 밑그림에 꼭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점이 불만이다. 또 고가의 장비 도입도 부담이다.

중견 뷰티기업 A사 관계자는 “시설을 점포에 갖춰야 하는데 원재료 냉장시설, 위생시설, 완제품 안전보증 등이 복잡한 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면서 “일부 대기업만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사 관계자는 “매장에서 소비자 손에 직접 쥐어주면 디자인, 상품성 모두 완제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효성이 없어 외국에서도 망한 경우가 많아 중기는 엄두도 못 낸다”고 지적했다.

맞춤형 화장품의 부작용에 따른 책임소재도 난제다. C사 관계자는 “맞춤형 화장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조업자, 조제관리자, 판매자 등 정확한 책임소재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이 나온 게 없어 일단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이런 우려에 대해 제도 시행 설명회를 꾸준히 열겠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노상 제조도 아니고 공장 제조 상품을 매장에서 사람 피부에 맞게 배합하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변질오염이 없으면 실온보관하고 위험이 있으면 냉장보관 하면 될 일”이라면서 “대기업이 선점하긴 했지만 중소업체도 노하우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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