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기술 모멘텀과 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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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기자
입력 2019-12-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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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선 SC제일은행 정보보안본부 부행장

19세기 중반 새뮤얼 모스가 발명한 전신(telegraph)은 산업적으로나 인프라 측면에서 획기적인 모멘텀이었다.

그 이전에 정보는 사람에 의해 전달됐다. 마차나 기차와 같은 이동수단에 의해 시간을 단축할 수는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물리적 이동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니 전신을 통해 멀리 떨어진 지역 간에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광경은 놀라움과 충격이었다.

뉴스가 순식간에 전파되고, 여러 도시에서 거래정보가 오가고, 열차 운행상황을 신속하게 알려주는 등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장면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혁명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쳤다.

전신을 처리하는 사무실은 최신 기술장치를 기반으로 정보가 오가는 허브였는데, 그곳에서 일을 배우던 두 젊은이는 아이디어를 얻어 훗날 위대한 기업가가 됐다. 전신 메신저였던 앤드루 카네기는 철도산업에 눈을 뜨면서 사업을 일으켜 '강철왕'이 됐고, 전신기기 자체에 관심을 가졌던 토머스 에디슨은 각종 전기제품을 만들어낸 '발명왕'이 됐다.

미국의 비즈니스 역사를 담은 책 '아메리카나(Americana)'에서는 두 거부의 인생의 전환점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카네기는 메시지를 전달받는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에디슨은 전신 사무실에서 전신기기의 역학과 동작을 배울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전기, 화학, 기계, 수신용 테이프, 전선을 접하게 됐다."

한 사람은 시장을 바라보며 비즈니스 현장으로 달려갔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기술을 파고들었다. 요컨대 전신은 전기기술이 최초로 상용화된 제품으로서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특정 기술이 산업으로 확산된 경우는 많다. 현재의 경제활동과 산업구조는 카네기와 에디슨과 같은 기업가가 쌓은 도전의 역사다.

우리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성능과 가격, 집적도와 전력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전자기술의 영향으로 컴퓨터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IT 대중화 덕택에 저렴한 비용으로 막대한 데이터가 발생하며, 사물인터넷은 아날로그 시장을 끊임없이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는 인공지능 엔진에 입력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패러다임은 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고, 창의적 사업모델은 현장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변화는 아주 빠른 속도로 글로벌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한때 제4차 산업혁명은 조찬모임과 세미나의 단골 주제일 정도로 기대와 우려가 컸다. 창업을 장려하고, 규제를 줄이고, 인문학을 중요시하고, 인식의 전환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넘쳐났다. 큰 틀에서 보면 맞는 방향이지만, 정작 현장에서 보면 아쉬운 면이 있다. 이를테면 과학기술과 소프트웨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누가 만들 것인가? 창업을 하더라도 경험과 자원을 결집할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자의 새 기술이나 사업모델의 가능성이 확인돼 초기 투자가 이뤄진다. 그 이후 이사회라는 지배구조가 정착된다. 이후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재무, 마케팅, 인사, 전략 등 전문경영진이 합류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을 도모한다. 주식 상장을 하거나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대기업의 틀을 갖추어 간다.

사업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그러나 자신이 만들어낸 기술을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을 보는 기쁨은 기업가와 엔지니어의 특권이다. 그런 인센티브가 꿈을 추구하는 동력이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누적된 경험이 접목돼야 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던 벤처기업들의 역경의 노하우와 대기업에서 습득한 글로벌 시각과 거버넌스 역량을 결집시켜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기업가의 역할이다.

오늘날의 환경은 철도와 전신의 시대와는 다르다. 하지만 카네기와 에디슨이 현장에서 기회를 포착해낸 지혜와 사업을 일으킨 집념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 디지털 혁명이라는 변곡점에서 변화의 주역은 현장에 서 있는 기업가이다. 기술적 모멘텀을 비즈니스 스토리로 만들어가는 기업가의 열정이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다.
 

김홍선 SC제일은행 정보보안본부 부행장 [사진=SC제일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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