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진 불황…보험약관대출 올해도 사상 최고치 경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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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12-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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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추세라면 최고치 기록 유력···연말 금감원 점검이 변수

불황형 대출로 알려진 보험약관대출 규모가 올해도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이어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돈을 빌릴 곳이 없어진 탓에 보험약관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보험사의 약관대출 가산금리 산정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있어 연말 보험약관대출 증가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보험약관대출금 규모는 47조4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조290억원 대비 1조126억원(2.2%) 늘었다. 지금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지난해 연간 기록인 47조3976억원을 돌파해 다시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약관대출은 고객이 가입한 보험을 해약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해지환급금의 50~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약관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경기 악화의 신호로 해석한다.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릴 경우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보험계약이 해지돼 상당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경기 악화로 당장 목돈을 구하기 어려워지거나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사람이 많아져 손해를 감수하고 돈을 빌린다는 시각에서다.

실제 보험약관대출 증가는 경기 악화 시점과 유사하다. 보험약관대출 규모는 2004회계연도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7~2008회계연도에 5조917억원 늘어나며 30조원을 돌파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도 2조7456억원 순증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만큼 증가폭이 컸다.

이는 경기 악화와 함께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와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연달아 도입해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보험약관대출은 DSR 등 규제에 관계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다른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한계 차주 등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이렇게 보험약관대출이 급격히 증가하자 금융당국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생보사를 대상으로 보험약관대출 현황과 가산금리 등에 대한 세부적인 자료를 요청해 이를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은 특히 가산금리 산정에서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점검 탓에 연말 보험약관대출 규모가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이 주시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굳이 보험약관대출 규모를 크게 늘렸다가 나중에 제도 개선의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사진=생명보험협회]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가계 살림이 어려워질 때 보험약관대출 규모가 늘어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보험약관대출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며 "약관대출이 너무 늘어나면서 금감원에서도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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