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의 끝판왕 냉동인간, 지금 과학이 접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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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19-12-0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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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15)

[박상철 교수]



<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투더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편집자주>



수명연장을 위한 기발한 착상: 냉동보존과 장기수면유도


인류가 다른 동물들이나 영장류들과 차별화되는 특성은 시신 매장 풍습이다. 오직 인류만이 망자의 부활을 기대하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이어져 나갈 수 있다고 상상하였다. 그래서 수많은 신화가 출현하고 불로장생을 염원하였다. 더욱 인간은 이러한 염원을 불로초를 찾거나 연금술과 장생술을 개발하면서 구체화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본격적인 성과는 20세기가 들어섰을 때까지 유야무야하였는데 최근 단 백년 만에 인간 평균수명이 50세에서 80세로 무려 30년 이상 급속히 증가한 미증유의 사건이 벌어지면서 수명연장 가능성이 새롭게 부상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숲속의 잠자는 공주처럼 오랜 기간 잠을 재웠다가 깨우는 방법과 인체를 냉동 보존하여 수명을 연장하려는 기발한 착상이 대두하였다.

수면과 연관된 생명연장의 전설이나 신화는 다양하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한단지몽의 노생은 잠깐 졸면서 부귀영화의 인생사를 겪고 깨어났더니 80년이 지나버렸고, 워싱턴 어빙의 소설에 나오는 립반윙클처럼 산에서 낮잠 한숨 자고 내려왔더니 20년이 흘러버렸고 세상이 바뀌어 버렸다거나, 그림동화에 나오는 숲속의 잠자는 공주는 마녀의 저주를 받아 100년 동안 잠을 자야 했고, 인도의 신인 비슈누가 잠자는 동안에 배꼽에서 연꽃이 피어나고 브라만이 우주삼라만상을 창조하였다는 이야기 등이 있다. 이런 신화나 동화의 이야기들은 모두 한숨 자고 났더니 수십년 또는 수백년이 흘러버리고 세상이 달라졌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수면과 시간의 흐름 그리고 수명연장이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 실제 동물의 세계에는 겨울잠(冬眠)이나 여름잠(夏眠)을 통하여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이 관찰되었고 특히 식물의 경우에는 휴면(休眠) 현상으로 종자가 수천년 동안 보존되었다가 발아하여 생명을 잇는 현상이 규명되면서 그 활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일부 동물의 경우 겨울철에 동면(冬眠)하여 추위를 이겨내고, 여름철에 하면(夏眠)을 통하여 더위를 이겨내어 생명을 보존하는 계절수면의 경우, 외부 온도변화와 식량수급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개체의 체온을 낮추고 대사율을 낮추어 생체 에너지 수요를 극소화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어류, 조류, 양서류를 비롯하여 포유동물까지 다양한 종의 동물들에서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장기 수면현상은 단순히 환경적 위험요소로부터의 회피일 뿐 아니라 실제로 수명의 연장을 도모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동면에 이른 동물의 혈액을 사용하여 장기이식과정의 면역부작용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계절잠의 면역효과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계절잠을 유도하는 물질, 겨울잠의 제어방안, 겨울잠에서의 각성을 유도하는 물질이나 조건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압권은 생명체의 휴면상태이다. 일부 동물의 경우에도 발견되지만 식물의 세계에서 유난하다. 특히 식물 종자의 경우는 수천년이 지나서도 발아할 수 있는 많은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그 기전의 규명이 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장기적인 계절잠이나 휴면상태를 유도할 수 있는 물질을 규명하는 방안은 환경이 열악한 극지에서의 장기간 생활을 가능하게 하거나 미래 장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우주여행을 가능하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되며 더욱 인간의 수명연장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한 호사가가 제안한 인간 냉동보존방안은 세상에 경천동지할 충격을 가져왔다. 현재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또는 거의 죽음에 이른 환자를 냉동 보존한 다음 후일 의료기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 해동하여 병을 치유하고 생명을 회복하려는 시도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설립된 알코르생명연장재단이 선두주자로 나서 인간을 냉동보존하고 있으며 그 유용성에 대하여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일부 인정되면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개체의 체온을 영하 80’C 이하의 상태로 낮추게 되면 체온이 최저화되고 생체대사도 중단될 뿐 아니라 생체구성 분자들의 활동까지 중단된다. 결과적으로 생명현상에 의하여 초래될 수밖에 없는 세포 내 구조물의 손상이 중단되어 생체를 온전하게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냉동보존 방법은 각종 세포의 보존,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 등 미생물 보존에서는 이미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정자와 난자 등의 보존은 실용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냉동 생식세포를 활용한 시험관 아기의 성공적 탄생도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 냉동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조직을 순환하는 혈액을 비롯한 액체성분의 결정화이다. 액체가 결정화되면 생체 전반 부위에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손상을 극소화하기 위하여서는 액체성분을 부동제로 치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냉동하는 방안을 프로그램화하여 제어하고, 냉동에 의하여 수분이 결정화하여 초래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냉동보존제를 사용하고 있다. 자연적인 냉동보존제 또는 부동제가 실제 동물의 사례에서 볼 수 있으며, 최근 인공적 냉동보존제들도 차례로 개발되고 있다. 냉동방법의 개선 및 발전은 결국 인체를 대상으로 한 냉동보존을 시도하게 되었으며 두 가지의 가정을 근거로 하고 있다. 하나는 기본적으로 냉동요법으로 보존된 생체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가정과 인간의 심장박동이 멈추고 호흡이 중단되는 것을 근거로 하는 법적 죽음이 실제로 세포와 조직이 완전히 죽는 생물학적 실질 사망과는 다르다는 가정이다. 인체 세포들이나 난자 정자 등의 냉동 후 해동에 의한 성공적 회복이 보고되었으나 아직까지는 어류 양서류 이외에 포유동물의 개체를 냉동 후 성공적으로 해동하여 회복시킨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신체의 냉동보존 개념이나 장기수면상태를 유도하는 방안은 모두 체내의 대사 활동을 극도로 제한하거나 정지시키는 데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이와 같이 장기간의 수면을 유도하거나 냉동보존을 추구하여 수명을 연장하려는 방법은 인간의 불로장생에 대한 욕망을 구현하려는 기발한 착상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수준이 미흡하면 먼 훗날 발전될 과학기술에라도 의존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는 극한의 방안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발상은 이집트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미라의 현신을 기다리는 염원들과도 일맥상통하는 인간 본연의 염원을 발현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정말 이렇게라도 해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확립되지도 못한 방법까지 동원하여 막연한 미래를 기약하는 인간의 불로장생 추구의 염원이 한계가 있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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