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체험기] “대형병원 외래진료, 챗봇 써보니 빠르고 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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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19-12-0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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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촌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외래 진료센터 방문

  • 카카오톡서 병원 검색 후 채널 추가

  • 진료예약서 취소‧변경까지 ‘척척’

  • 입원 환자는 식단 선택까지 가능

  • 기다림 없이 손안에서 모두 해결

“오전 8시께 카카오톡이 울렸다. 익숙한 손동작으로 채팅창을 열었다. ‘12월 3일(화) 예약된 일정, 13:33 본관 2층 소화기내과 박지원 교수 외래 진료, 15:00 본관 2층 외과 홍태화 교수 외래 진료’ 간결하게 정리된 세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오후에 중요한 미팅이 갑자기 생겼다...하지만 다행이다. 카카오톡에서 예약 가능한 날과 내 스케줄을 충분히 고려하며 예약 날짜를 변경했다. 병원용 챗봇 체험이다.”

챗봇은 ‘수다를 떨다(chatter)’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사람과의 문자 대화를 통해 질문에 알맞은 답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SW)를 말한다.

종전에는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전화를 하거나 스마트폰에 따로 설치한 병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진료 예약‧변경 및 결제를 했다면, 앞으론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 적용된 챗봇 플랫폼을 이용해 환자가 직접 식단까지 선택할 수 있다. 챗봇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또 진료 및 검사시간, 회진시간 알리기 등 ‘나만의 맞춤형 알람’을 제공하며 환자의 ‘비서’ 역할을 한다.

기자는 병원용 챗봇이 얼마나 편리한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일 경기 안양시 평촌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을 찾아 한림스마트봇으로 외래 진료를 직접 체험해봤다.
 

한림스마트봇을 통해 진료를 예약‧확인한 후 취소한 모습. [사진=카카오톡 평촌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채널 갈무리]


◆톡으로 진료접수부터 식단메뉴 선택까지

챗봇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톡 검색창에 병원을 검색한 후 채널을 추가한다. 본인인증은 카카오톡과 연계돼 ‘동의’ 버튼 클릭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진료예약’을 누르면 예약부서로 전화연결이 된다. 기자는 예약 3일 전 소화기내과와 외과 등 두 과에 외래 진료를 예약했다. 진료 당일엔 진료과, 위치, 시간 안내를 카카오톡 메시지 알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병원 근처에 도착한 후 시간이 남아 근처 카페를 방문했다. 진료시간이 다가오자 앞에 대기자가 몇 명 남았다는 알람이 왔다. 5명 정도 남았을 때 소화기내과로 가 순서를 기다렸다. 다음 진료순서가 되자, 진료실 앞에 있는 안내 화면에 ‘김태ㅇ’이라는 글자가 올라왔다. 카카오톡 병원 채널을 통해 진료 취소를 클릭하자, 변동사항이 실시간으로 반영돼 ‘김태ㅇ’이라는 글자가 사라졌다.
 

한림스마트봇을 통해 진료 예약을 취소하자 진료실 앞에 있는 안내 화면에 ‘김태ㅇ’이라는 글자가 바로 사라졌다. [사진=김태림 기자]

 

지난 3일 오후 1시 25분께 평촌 한림대학교성심병원에서 만난 이종연(30대‧여‧가명) 씨는 “부모님 대신 병원용 챗봇으로 병원과 관련된 일을 처리할 수 있어 편안하고, 무엇보다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김태림 기자]


이번엔 오후 3시로 예약된 외과 진료를 변경해봤다. ‘외과 예약변경’이라고 채팅창에 입력했더니 순서대로 달, 일(오전‧오후), 시간을 선택할 수 있었다.  확실히 챗봇을 사용하니 병원 방문이 편해졌다. 예약 관리가 과거보다 쉬웠다.

그런데 대기실엔 노인층이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한림대성심병원의 챗봇TFT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미연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현재 챗봇으로 이용 현황을 조회하며 결제까지 할 수 있는데 미성년 자녀와 스마트폰이 서툰 노인은 보호자가 대신 진료 예약‧취소‧변경‧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챗봇은 입원 환자의 경우 쓰임이 더 유용했다. 입원 환자는 스마트폰으로 매일 아침 복용 중인 약물이 어떤 성분인지 확인하고, 아침·점심·저녁 식단에 대해 밥 또는 누룽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회진시간, 검사안내 및 주의사항 등도 각종 알람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주 감염내과에 입원한 이연희(20대‧여‧가명) 씨는 챗봇에 대해 “회진을 언제 하는지 알람으로 알려준다. 덕분에 화장실 등을 편하게 갔다 올 수 있었다”며 “(나중에) 주치의 선생님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기능도 추가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면담요청 기능은 아니지만 내년엔 한림스마트봇에 퇴원 수납 프로세스와 주차 정산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특히 퇴원 수속을 완료하기 위해선 △간호팀서 퇴원 확인 △심사팀서 국가 보험 청구 심사 완료 확인 △약제팀서 약 받기 △의무기록팀서 서류받기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런 단계를 퇴원 병동에서 카카오톡 병원 채널을 통해 결제 한 번으로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제 후엔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달된 투약 번호를 갖고 곧장 약국으로 가면 된다.
 

입원환자는 담당교수의 회진시간, 복약안내, 식단메뉴선택, 검사안내 및 주의사항 등의 각종 알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다. 지난주 감염내과에 입원한 이연희(20대‧여‧가명) 씨는 일반식을 먹을 수 없는 상태로, 내일 식단을 선택할 수 없다는 양해 메시지를 받았다. [사진=김태림 기자]


◆챗봇 전성시대…병원도 속속 도입

콜센터 상담 등을 대신하기 위해 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에 먼저 도입됐던 챗봇은 최근 병원으로 확산하고 있다. 예약변경과 자주 묻는 질문에 답하기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줄여줘 의료진의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환자에게는 챗봇을 ‘내 손 안의 비서’처럼 활용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세계 챗봇 시장은 연평균 35%씩 성장해 2021년 31억7000만 달러(약 3조771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내년까지 챗봇이 모든 고객서비스 의사소통의 80%를 차지할 것이라 예측했다.

평촌 한림대성심병원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약 5개월간 의료 챗봇 스타트업 웨저와 협력해 한림스마트봇을 개발했다. 병원 내원 환자들의 다양한 문의사항을 정리‧분석했고 자연어처리(NLP) 기술로 축적한 12~15만건의 질문과 답변을 학습하도록 했다.

특히 카카오톡을 활용해 기존에 있던 병원 앱보다 환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병원 처방전달시스템(OCS)을 연동해 실시간 환자의료정보가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 환자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최적화했다.

김성열 한림대성심병원 고객지원실 팀장은 “하루 평균 외래 환자는 3800명. 입원 환자는 700명인데, 하루에 약 660명이 접속해 1550건의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 통계가 단순히 알람만을 확인한 환자를 제외한 수치인 점을 감안하면 이용률이 상당히 높은 것”이라고 전했다.

병원에 따르면 오픈시점인 지난 9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2개월 반 동안 총 4만8023명이 접속해 11만5141건의 대화가 이뤄졌다. 같은 기간 외래 진료나 검사 변경‧취소 건수도 누적건수 5550건을 기록했다.

이미연 교수는 “환자 중엔 잘 못 걷거나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어지러운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영수증을 들고 일일이 움직일 경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챗봇을 개발했다”며 “접근성이 좋아야 환자가 사용한다. 이번엔 이 부분을 목표로 뒀다”고 말했다.

이어 “챗봇을 시작으로 환자가 경험하기에 편한 쪽으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등 기술을 구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오후 1시 10분께 경기 안양시 평촌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간‧소화기센터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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