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점검] 한국 조선·해운산업 이대로는 안된다 ④공적금융기관 주도 구조조정 부진···노조 반발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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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12-0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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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 의식 지역 정치권·노조에 휘둘려

  • 산은, 골치 아픈 구조조정서 발 빼는 듯

지난 2016년 10월 산업은행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 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당시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산은의 기업 구조조정 능력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은행은 19개 혁신안 과제 이행을 공약했고, 현재 대부분 달성한 상태다.

그러나 재계와 금융권은 '기업 구조조정 역량은 여전히 제자리'라고 평가하고 있다. 구조조정 역량 미흡으로 가장 고통받는 분야는 조선·해운업계가 대표적이다. 이는 국내 선박금융을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소수 공적금융기관이 떠받치는 형태가 오랜 기간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2015년 말 기준 우리나라 은행권의 선박금융 4조790억원 가운데 상업은행의 몫은 3690억원(9%)에 그쳤다. 나머지 3조7100억원(91%) 전부를 산은이나 수출입은행 등 공적금융기관이 담당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은 평상시 선박금융 공급원에 그치지 않고 조선·해운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해당 기업의 존속을 결정하는 정책금융 지원을 총괄한다. 실제 중소형 조선사만 보더라도 이를 체감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초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출자 전환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선조선은 지난해 매각에 실패한 데 이어 최근 결제대금 지급도 어려워져 수출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STX조선해양은 회생계획안을 이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의 생사가 공적금융기관의 손에 달린 셈이다.

때문에 산업은행 등 공적금융기관 주도로 경쟁력 없는 조선·해운사를 정리하고 소수 조선·해운사를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심지어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7월 산업은행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한국 조선업계의 적정생산능력(1250만CGT)보다 현재 생산능력(1310만CGT)이 4.8% 상회한다고 지적했다.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대형사보다 중소형 조선사에서 공급과잉이 심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도 구조조정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선거를 의식한 지역 정치권과 노조가 반발해 구조조정을 쉽사리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동조선해양이 대표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해 법원에 생산직 노동자 80% 이상, 관리직 인원 40%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안을 제출했으나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에 무급휴직안으로 대체했다.

이렇다보니 산은도 점차 골치 아픈 구조조정 관련 업무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산은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구조조정 부문을 구조조정 본부로 축소하는 대신 지난해 신설된 혁신성장금융본부를 부문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불과 3년 전 혁신안 발표 때만 하더라도 구조조정 역량을 키우겠다고 선언한 산업은행의 방침이 크게 바뀐 것이다.

그러나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공적금융기관 주도로 중소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및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산·매각 등을 제대로 진행하든지, 선박 특화나 생산성 향상 등 제대로 방안을 마련해서 밀고 나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시기는 이미 놓쳤다"며 "지금이라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중국·일본과 겹치지 않는 특화 선종을 개발해 생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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