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검찰총장을 법무부 장관 '졸개'로 만들지 말라

김낭기 논설고문입력 : 2019-11-27 18:00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 강화 추진 '검찰 민주적 통제' 내세워 정권이 검찰 장악하려는 의도 검찰은 준사법기관···장관의 총장 지휘권, 이치에 안 맞아
청와대·민주당, 유재수 ·김기현 의혹 수사 검찰을 연일 압박 

청와대와 민주당이 조국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하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의혹 수사를 놓고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2월3일  "피의사실 유포를 금지한 법무부 규칙이 이 달부터 시행 중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검찰이 두 사건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보고 그러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더 노골적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백원우 감찰반에 파견돼 활동했다 돌아온 검찰 수사관 사망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팀의 강압 수사가 있었는지, 즉각 특별감찰을 실시해 규명할 것을 법무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12월4일 "오늘부터 민주당은 검찰에 대해 아주 준엄하게 경고하고, 검찰이 이렇게 직무를 유기하면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법대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12월 4일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시각을 반영한 듯 이미 법무부는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통제권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요 사건의 수사 단계마다 수사 진행 상황을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하도록 하겠다는 게 그것이다.  법무부는 사전 보고 의무화를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11월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전 보고 의무화는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장관의 지휘권을 통해 검찰총장을 철저히 통제겠다는 뜻이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하려면 검찰총장이 사전 보고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며 “검찰이 조국 사건 압수수색을 사전 보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들을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게 돼 있다.  일반적 지휘란 예컨데 전국 검사들에게 "요즘 아동 성폭력 사건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니 앞으로 아동 성폭력 사건을 집중 수사하라"고 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란 검찰총장에게 특정 성폭력 사건을 지목해 "관련자를 수사하라"든지 "관련자를 구속하라" 또는 "구속하지 말라"고 지휘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 지휘에 관한 규정을 둔 이유는 정무직인 장관이 검사들의  사건 수사에 직접 간섭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효과가 나기 어렵다. 검찰총장은 전국 검사들을 지휘할 수 있으니 결국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해 검사들에게 구체적 사건의 수사 방향을 지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지휘는 과연 이치에 맞는 것인가? 장관이 검찰총장을 통제하는 게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가?

정부조직법 상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이다. 각 부서 장관은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할 수 있게 돼 있다. 따라서 얼핏 생각하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 이유는 검찰의 이중적 성격  때문이다. 검찰은 조직 상으론 행정기관이지만 기능 상으론 준사법기관이다. 이 점이 조직 상으로나 기능 상으로나 행정기관인 국세청, 경찰청 등과 다른 점이다. 검찰 기능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다. 수사와 기소는 재판으로 이어지는 사법 절차의 하나다.

◆장관이 개입하면 유재수·김기현 수사도 불가능했을 것

사법 절차는 다른 정부 부서에서 하는 행정 절차와는 그 본성이 다르다. 행정 절차에서는 정부기관이 무엇이 공익에 맞는 것인가를 판단해 적절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한다. 공익에 관한 판단은 장관의 정책 소신이나 정권의 노선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정책 선택 과정에서 장관이나 정권의 재량권이 인정된다. 여론의 영향도 받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수월성 교육을 중시해 자율형 사립고를 확대한 반면에 문재인 정부는 평준화 교육을 중시해 자사고를 폐지하려 하는 게 그런 예다. 

이에 비해 사법 절차에서는 구체적 사건을 놓고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지 아닌지를 증거와 절차에 따라 판단한다. 어떤 행위가 불법인지 아닌지,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적법벌차를 지켰는지 아닌지가 판단 기준이다. 그 판단은 장관의 정책 소신이나 정권의 노선, 여론에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져서 법에 정해진 절차와 요건에 따라 할 일이다. 예를 들면 정부가 개인 정보 유출 행위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엄벌한다는 정책 노선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범죄 혐의자에게 증거가 없거나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어겼다면 처벌하지 못한다. 이처럼 사법 절차에서는 공익성보다 합법성을 추구한다. 장관이나 정권의 재량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법 절차를 행정 절차 다루듯 하면 어찌 되겠는가. 장관이 비슷한 내용의 사건을 두고 구속이나 기소 여부 등에 대해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나 정책 소신에 따라 다른 지시를 내릴 수 있다. 같은 죄를 짓고도 어떤 사건에서는  구속이나 기소되고 어떤 사건에서는 되지 않을 수 있다. 수사와 기소가 ‘법과 원칙대로’가 아니라 ‘장관 마음대로’ 될 수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장관이 검찰에 부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뇌물이나 직권남용인데도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해선 수사하라고 하고, 조국 같은 현 정권 사람에 대해선 수사하지 말라고 검찰총장에게 지시할 수 있다. 우리 현실에서 법무부 장관이 현 정권 비리를 엄정히 수사하라고 양심과 소신에 따라 지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조국 사건도, 유재수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도,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도 수사하지 말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서는 손발이 묶이고 만다.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와 부패를 찾아내 엄벌해야 사회가 맑고 깨끗해진다. 권력자부터  응징해야 법이 바로 선다. 정권이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을 쥐락펴락하면 맑고 깨끗한 사회, 법이 바로 선 사회는 불가능하다.  

박상기 장관 시절 법무부는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 9월 30일 당시 조국 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으면서 “검찰은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 기관”이라며 “모든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 특히 권력기관일수록 더 강한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통제는 법원이 헌법과 법률 따라 할 일

검찰이 행정부의 한 기관이고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맞는다. 그러나 민주적 통제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 통제란 민주주의 원리와 절차에 따른 통제를 말한다. 민주주의 원리와 절차를 담은 최상위 규범이 헌법이다. 헌법에는 국민이 주권자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 원리, 국가 권력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칙이 규정돼 있다. 이 헌법에 의한 통제가 바로 민주적 통제다.

우리 헌법은 국민주권 원리와 법치주의 원칙에 근거해  제12조에서 형사 사법 절차를 통제하는 주요 규정을 두고 있다. 적법절차에 의한 수사(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할 수 없다), 진술 거부권의 보장(불리한 진술을 강요할 수 없다), 영장주의(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 체포나 구속 사실의 즉시 통지(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사람의 가족 등에게 그 이유와 일시·장소를 지체없이 통지해야 한다), 미란다 원칙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지 않고는 체포 또는 구속할 수 없다), 고문의 금지, 자백의 유죄 증거 사용 제한 등등이다. 조국 전 장관이 검찰에 소환돼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여기에 검찰이 꼼짝할 수 없는 것도 헌법 규정에 의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이런 헌법 규정에 따라 검찰 수사를 통제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청구의 절차와 요건, 영장 실질 심사, 검찰 불기소 처분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인 재정신청 제도, 증거 중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별 원칙 등 형사 사법 절차 전반에 관한 내용이다. 법원은 이런 규정들을 통해 검찰권이 오용이나 남용되지 않도록 검찰을 통제한다.

법무부는 검찰권이 국민 입장에서 적정하게 행사되도록 하려면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적정한’ 행사란 법과 원칙을 지킨다는 대전제 아래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균형있게 감안하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관이 할 일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 법원이 할 일이다. 법원은 압수수색이나 구속 여부, 형량의 결정 등에서 법과 원칙,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두루 고려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 형벌권이 적정하게 행사되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검찰권은 국가 형벌권의 하나다. 법무부 주장대로 장관이 개입하게 되면 장관의 정책 소신이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오히려 적정한 검찰권 행사를 훼손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검찰총장 국회  보고 의무화로 국회 통제 보완

국민이 선출한 권력인 대통령이나 국회에 의한 통제를 민주적 통제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했기에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직접 지휘해야 민주적 통제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공수처도 대통령이 통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법안에는 공수처장이 대통령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대통령이 공수처장에게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공수처가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공수처 역시 검찰처럼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른 통제를 받는다. 대통령이나 장관의 통제라야 민주적 통제라고 하는 주장이 논리에 닿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만 공수처장은 국회 요구가 있을 때는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출석하여 보고하거나 답변하도록 돼 있다. 국회에 의한 어느 정도의 통제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현재 검찰총장은 국회에 출석할 의무가 없게 돼 있다.  검찰총장도 공수처장과 똑같이 국회에 출석해 보고하거나 답변하도록 하면 국회에 의한 검찰 통제가 가능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게 한 검찰청법 규정은 일본을 모방한 것이다. 일본 검찰법에도 우리와 똑같은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이 제도는 사문화되다시피했다. 1954년 검찰이 당시 여당인 자유당 간사장(우리의 사무총장)을 체포하려 하자 장관이 체포 영장 청구를 연기하라고 검찰총장에게 지시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검찰은 이 지시를 따랐으나 법무 장관은 지시 사흘 뒤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프랑스, 법무부 장관 지휘권 폐지···독일서도 폐지 주장 

독일의 경우 ‘검찰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 감독에 따라야 한다’는 포괄적 지휘권 규정만 있다. 이 규정에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그러자 판사와 검사들이 회원인 법관협회가 ‘장관의 지휘· 감독권 중에서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지휘· 감독권은 없애야 한다’고 1976년과 2004년 주장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법무부 장관이 범죄 혐의가 명백한 사건에 한해 기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기소 지휘권만 갖고 있었다.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불기소 등에 대한 지휘권은 없었다. 그러나 2013년 기소 지휘권마저 폐지했다. 이제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은 없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 제도를 페지하자고 하거나 폐지한 것은 검찰 기능의 사법적 본성에 비춰 이 제도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 법무부 장관이  연방 검사에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연방 법무부 장관이 연방 검찰총장을 겸임한다. 게다가 연방 검사는 대통령이 상원 동의를 거쳐 임명하는 4년 임기제로, 대통령의 형사 관련 정책이 잘 집행되도록 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한다.  그래서 연방 검사를  '정부의 대리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검찰청법 제4조)로 돼 있다. 검사들이 현실적으론 정권 편에 서서 일한다고 하더라도 이념 상으론 정부의 대리인이 아닌 공익의 대표자인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우리와 검찰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에서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갖는다고 우리도 그걸 모델로 삼는다면 합리적이라 하기 어렵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이라는 책에서 “법은 사물의 본성에서 유래하는 여러 존재들 간의 필연적 관계”라고 했다. 그 본성이 무엇인지는 인간의 이성( 理性)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했다. 사물의 본성을 이성적으로 파악해 그 본성에서 필연적으로 유래하는 관계를 찾아내면 그것이 법이라는 말이다.

검찰 기능의 본성은 사법 절차이다. 사법 절차는 행정 절차와 그 본질이 다르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관계는 검찰 기능의 본성상 다른 부서 장관과 소속 공무원 간의 관계와는 다른 것이다. 법이 사물의 본성과 일치하지 않으면 잘된 법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 지휘권이 이치에 맞는지 재검토해 봐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낭기 고문[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어린이꽃이 피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창간12주년 이벤트 아주탑골공원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