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점검] 한국 조선·해운산업 이대로는 안된다① 수조원 이익 나도 선박금융 외면하는 국내 금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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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9-11-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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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부문을 주축으로 자율적이고 활성화된 선박금융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하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월 17일 '2019 부산 해양금융 컨벤션'에서 해양금융 중 민간은행 비중은 크게 위축된 반면, 정책금융 의존도는 크게 높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박금융 수요를 정책금융만으로 채울 수 없는 만큼, 민간에서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윤 원장은 "조선·해운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경기 역행적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라면서 "하지만 과거 국내 금융기관들은 호황기에 대출을 확대하고 불황기에는 이를 축소하거나 조기상환을 요구해 해운경기의 진폭을 확대한 측면이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실제로 해운 불황기마다 많은 선사들은 유동성 악화에 시달렸고, 우량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경쟁력도 후퇴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민간은행의 선박금융 규모는 2014년 8749억원에서 2016년 2121억원으로 내려갔고, 2017년에는 1100억원으로 바닥을 찍었다. 지난해는 소폭 상승한 1400억원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해운 호황기였던 2007년 전체 선박금융 규모는 4조8510억원이었고, 그중 민간은행 비중은 3조7129억원으로 76.5%에 달했다.

민간은행의 선박금융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업이 위축되면서 리스크 회피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신 민간은행들은 이자수익 증가 등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주요 5대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연결기준으로 9조70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8조404억원 대비 1조6603억원(20.6%)이나 증가한 액수다. 은행별로 국민은행(2조2243억원), 신한은행(2조2790억원), 하나은행(2조928억원)이 2조원대의 이익을 거뒀다.

KMI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는 해운 시장 불황, 그리고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박자산의 부실화 등으로 '선박금융은 위험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민간 금융기관들의 선박금융 축소 또는 시장 이탈이 가속화됐다"며 "이러한 상황과 인식에 따라 국내 민간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참여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민간은행은 선박금융에 쉽게 나설 수 없고, 의지도 없다"고 비난했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은 만큼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최근 정부의 해운산업 육성 의지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선박금융 프로젝트에 조금씩이나마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지난 8월 대한해운의 신조 벌크선 2척 건조에 대한 선박금융 프로젝트에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이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보증을 활용한 시중은행들의 참여 확대는 차입비용 절감과 선박금융 활성화로 이어져, 해운업계의 원가경쟁력 제고와 영업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은행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사나 리스사 등 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선박금융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분투자, 후순위 대출 등 선박금융 종류를 다양화할 수 있고, 상업은행의 선순위 대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KMI는 최근 민간은행, 자산운용사, 리스회사 등 대형 금융기관의 선박금융 참여 확대를 위해 국내 선박투자회사제도에 허용됐던 기존의 과세특례를 부활하거나 국내 중소기업들의 잉여자금이 선박금융에 투자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KMI 관계자는 "민간부문의 선박금융을 유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선박펀드에 대한 기존의 조세특례를 부활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조세특례를 도입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료=KM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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