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아이스크림 할인점도 ‘호갱’ 영업···극약처방 나선 빙과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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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9-11-1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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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빙그레·해태, 1980년대식 ‘가격 정찰제’ 도입 배경은

  • 어수룩한 손님, 할인점 잘못 걸리면 편의점보다 비싸게 살 수도

 

서울 마포구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외부 전경[사진=이서우 기자]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빙과업계가 가격 정찰제 도입에 나섰다.

19일 전문 할인점 2곳과 편의점, 대형마트의 아이스크림 판매가를 각각 비교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할인 매장에서는 가격을 묻는 기자에게 롯데푸드 라베스트 콘 아이스크림 하나에 2000원이라고 했다.

마포구 가게 주인은 “그 제품은 고급이라 비싸다. 유지방 함량이 높아 치즈 맛은 2500원, 민트는 2000원이다. 그런데 특별히 둘 다 2000원에 주겠다”고 말했다. 같은 제조사의 같은 제품도 맛에 따라 값을 다르게 받고, 마음대로 즉석 할인도 가능했다.

두 번이나 “500원 깎아줬다”며 생색을 내는 주인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섰다.

하지만 롯데푸드 관계자에 따르면 기자는 해당 제품을 편의점보다 비싸게 샀다. 다른 관계자도 “할인점이 잘못 걸리면 그럴 수 있다”며 위로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할인점은 콘을 마포구보다 100원 더 싼 800원에 판매했다. 바·제과 형태 아이스크림은 500원으로 동일했다.

대형마트에서는 롯데푸드 구구콘 등 콘 5개입 1상자를 4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1개당 800원 꼴이다. 발품 팔아 할인점을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비교적 가격이 일정한 편의점에서도 할인 행사를 통해 2000원짜리 콘 아이스크림을 3개 이상 사면 30% 이상 깎아줬다.

아이스크림을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는 유통업자에게 최종 가격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빙과류는 판매가가 표시돼있지 않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바 형태 제품을 편의점 반값 수준인 500원에 판매하고 있다.[사진=이서우 기자]


이 같은 이유로 아이스크림 업계는 가격 정찰제 도입을 결정했다. 소비자 가격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다.

빙그레는 지난해 투게더(5500원)·엑설런트(6000원)에 이어 내년 붕어싸만코·빵또아(1000원)로 정찰제를 확대한다.

정부는 2011년 소매점의 건강한 가격 경쟁을 기대한다는 취지로 2011년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 제도를 도입했다. 제조업체가 가격을 표시하는 권장소비자가격 제도와 달리 제품의 최종 판매자인 유통업체가 가격을 책정해 판매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오픈 프라이스는 소매 판매자가 판매가를 높인 뒤, 50%·70% 이상 할인가라고 내세우는 변칙영업이 횡행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1년 만에 오픈프라이스 제도는 없어졌다.

빙과업계는 2016년 권장소비자가 표기 방식으로 가격 정찰제 도입을 시도했다. 아이스크림 유통시장에서 제조사와 계약 상 갑의 위치에 있는 슈퍼마켓이 반발해 흐지부지됐다. 소매점 입장에서는 가격이 제품에 표기돼 있으면, 자체 할인율을 내세워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정찰제는 과거 1980년대면 몰라도, 채널에 맞게 경쟁하는 현재 유통환경에는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라면이나 소주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적정선이 있는데, 아이스크림은 기준가격 개념이 없으니 극약처방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2015년 2조184억원에서 2018년 1조6322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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