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기획] LG는 어떻게 세계 1위 월풀을 제쳤나② '모터 명가!' LG의 심장, 인버터 기술

백준무 기자입력 : 2019-11-19 18:38
모터 회전 속도 제어하는 인버터 기술, 효율 올리고 전력 소비 줄이고 60년대부터 전담 조직으로 R&D 박차…부품서 완제품 수직계열화 완성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업계에서 '세탁기 박사'로 통한다. 1976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뒤 2012년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36년간 세탁기를 만드는 데 몰두해 온 장인이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자랑하는 세탁기의 모터 기술도 조 부회장이 직접 개발했다. 그는 1990년대 초 150여 차례 일본을 드나들며 기술을 배운 끝에 인버터 기술을 활용한 DD(Direct Drive) 모터를 완성했다.

1998년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상용화된 이 모터는 LG전자를 세탁기 시장의 왕좌에 오르게 했다. 기존 세탁기의 경우 모터와 세탁통이 벨트로 연결됐지만, DD 모터를 활용한 세탁기는 모터와 세탁통이 한 몸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더욱 효율적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LG전자 제공]

◆ LG 가전 경쟁력, 필요한 만큼만 회전하는 '인버터 모터'

자유자재로 회전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인버터 기술은 LG전자 가전 경쟁력의 근간이 됐다. LG전자는 현재 모든 생활가전 제품에 인버터 방식의 모터를 적용하고 있다. 같은 속도로만 회전하는 기존 정속형 모터와 달리 필요한 만큼만 회전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량과 소음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모터 달린 가전은 LG'라는 말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제품의 효율만 올라간 게 아니다. 섬세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혁신 기능도 대거 선보일 수 있었다. 2009년 트롬 세탁기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6모션'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모터의 회전 속도를 조절해 두드리기, 주무르기, 비비기, 흔들기, 꼭꼭 짜기, 풀어주기 등 여섯 가지 손빨래 동작을 재현한 것이다.

무선 청소기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킨 '코드제로 A9'에도 인버터 모터가 탑재됐다. 제품에 탑재된 '스마트 인버터 모터 P9'은 개발에만 4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모터의 지름은 10㎝가 채 되지 않지만 항공기에 쓰이는 제트엔진보다 최대 16배 빠르게 회전하는 고출력이다.

LG전자는 모터 외에 컴프레서도 인버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리니어 냉장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갑자기 많은 음식을 보관하거나 냉장고 문을 여닫는 등 강력한 냉기가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작동해 내부 온도 변화를 최소화한다. 전력 소모량과 소음을 줄이면서도 식품 보관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세탁기와 냉장고 외에도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는 물론 무선 청소기 등 LG전자의 폭넓은 제품군에서 인버터 기술이 쓰이고 있다.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세탁기용 DD(Direct Drive) 모터(왼쪽)와 냉장고용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사진=LG전자 블로그]


◆ AI 만난 인버터, 진정한 스마트 가전에 한 걸음 더

인버터 기술은 인공지능(AI)과의 만남으로 더욱 활용 가치가 높아졌다.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딥러닝 플랫폼 '딥 씽큐(ThinQ)'는 인버터 기술을 바탕으로 진정한 스마트 가전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가전 제품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들이 사용자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학습해 맞춤형 코스를 결정하면,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한 인버터 모터와 컴프레서가 이를 그대로 구현한다.

냉장고 문을 거의 열지 않는 새벽에는 알아서 절전 운전을 하거나,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 세탁기가 더 높은 강도로 탈수를 하는 식이다.

소형화·경량화를 향해 나아가는 가전 제품의 트렌드를 감안하면 더 높은 성능과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인버터 기술의 쓰임새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LG전자 측은 기대한다. LG전자의 인버터 모터 역시 세대를 거듭할수록 크기와 무게는 줄고, 회전 속도는 빨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 R&D 집념서 비롯된 LG만의 차별화 기술

이처럼 LG전자가 모터와 컴프레서 분야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속적인 투자다. LG전자는 금성사 시절인 1962년부터 사내에 선풍기용 모터 연구 조직을 만드는 등 연구개발(R&D)에 주력해 왔다.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 산하에 모터와 컴프레서 전담 조직인 부품솔루션사업부를 뒀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핵심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개발과 생산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모터 기술에 대한 LG전자의 집념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냉장고에 쓰이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의 경우 국내에서 907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도 각각 157건, 33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세탁기용 DD 모터와 DD 시스템 또한 국내에서 68건,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47건과 20건의 특허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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