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고용시장 호황의 그늘...임시 일자리만 가득 '고용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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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19-11-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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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실업률 수십년 만에 최저....임시직 비율 14.2%, 미국보다 3.5배 높아

유럽 고용시장이 겉으로는 수십년 만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일자리를 시간제·임시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채우면서 일을 하면서도 하루살이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불안감이 커진 노동자들은 정치적 선택을 바꾸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유럽 곳곳에서 포퓰리즘 공세가 극심해지고 있는 이유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 내 일자리는 지난 10년간 1000만개 이상 증가했다. 덕분에 실업률이 수십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자리가 넘쳐나면서 EU 22개 회원국 가운데 라트비아를 제외한 21개국이 지난해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문제는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임시직이거나 자영업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임시직 일자리 비율은 14.2%로 비교적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4%)보다 훨씬 높았다.

유럽 개별 국가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이 26.4%로 임시 일자리 비중이 가장 높았고, 네덜란드(20.1%)와 이탈리아(16.5%)도 만만치 않았다. 노동시장이 탄탄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조차 임시직 일자리 비율이 16.2%를 기록했다. 2009년(13%)보다 3.2%포인트 높아졌다.

임시직 일자리는 노동자들을 빈곤 불안에 시달리게 한다. 정규직보다 급여가 적고, 보험이나 연금 등 각종 복지혜택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는 빅토르 제라르도 폰스 아레발로는 WSJ에 “일자리는 많지만 모두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라고 말했다.

일자리가 늘어나는데도 빈곤 불안이 계속되는 건 ‘쉬운 해고’가 가능해진 탓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유럽 전역 실업률이 치솟았을 때 유럽 국가들은 고용 안정성을 완화하는 대응책을 내놨다. 당시 실업수당을 비롯한 사회 보장정책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로 유럽이 휘청거릴 때 경제학자들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비판하며 다양한 형태의 노동시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일자리는 늘었어도 고용의 질은 나빠졌다고 WSJ는 지적했다.
 

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노란조끼시위[사진=로이터·연합뉴스]


노동자들의 빈곤 불안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2018년 프랑스 전역에서 이뤄진 ‘노란조끼 시위’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생활고에 시달리던 프랑스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지난해 1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발표에 반발해 시작된 시위는 이후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동안 노동유연성을 강화하고 노동인력을 고급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이는 결국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해고하기 쉽게 해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독일에서는 임시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업보험 등을 주장하는 소규모 좌익 정당이 세를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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