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이너스 통장’ 재정증권 49조 역대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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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19-11-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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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 이후 최대·작년比 25배 증가...확장 재정·세수 부진 탓

  • 홍남기 부총리, 시중 금리 상승 우려 일부 인정

  • "채권 공급 증가 따른 구축 효과...시장 내 예측력 더 높여야"

올해 정부 재정증권 누적 발행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과 세수 부진에 따른 것이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월~9월 재정증권 누적 발행 액수는 49조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재정증권 발행을 재개한 201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전에는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기록한 38조원이 최대치였다.

재정증권이란 세입과 세출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부족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가 한국은행을 통해 발행하는 단기(63일 또는 28일물) 유가증권이다. 최대 두 달여 안에 상환해야 하므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 급전을 빌리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한 것이다.
 

연도별 정부 재정증권 발행량.[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올해 2월 6조원을 시작으로 9월까지 매달 재정증권으로 단기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3월과 6월 발행량은 각각 10조원에 달한다. 2∼6월에는 주로 재정 조기 집행에 필요한 자금을 융통했지만, 7∼9월 발행액 전액은 기존에 발행한 재정증권 상환에 사용했다.

지난해 2조원에 불과했던 재정증권 발행 액수가 올해 49조원으로 2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은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기조와 세수 부진 때문이다.

정부는 대외 여건 악화와 투자·수출 부진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자 올해 연초부터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예산 집행을 독려했다. 그 결과 역대 최고 집행률 목표인 상반기 61.0%를 초과해 65.4%를 달성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 세금 수입은 오히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줄었고, 예산 기준 세수 진도율도 53.0%로 0.5%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월별 재정증권 발행량.[자료=기획재정부]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도 세입 여건은 개선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세입이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전 연도보다 감소(-0.9%)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증권 발행으로 효율적으로 재정의 조기 집행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 것"이라며 "내년에도 재정증권은 올해 수준으로 발행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부의 채권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시중 금리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국채 발행이 늘면 자금시장의 수요가 올라 시중 금리가 높아지는데, 이는 현재 기준 금리를 인하하는 통화정책 기조에 반하는 현상이다. 정부는 확장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 재정증권 발행과 함께 내년에는 적자국채 발행량도 26조원 늘릴 계획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4일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내년 순증하는 적자국채는 시장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규모”라며 "최근 금리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로 정상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해 국채가 금리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6일 한 뉴스 방송의 특별대담에서 “국채를 포함해 채권에 대한 공급이 늘어나서 구축 효과 비슷한 게 나타났다고 본다”고 말해 적자국채와 시중금리의 연관성을 일부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구축 효과란 국채 발행에 따라 시중 금리가 올라 민간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어 홍 부총리는 "시장에서 국채 발행과 상환을 예측할 수 있게 가져가야 한다"면서 "그에 대한 예측력을 더 높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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