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정치권에서 자취 감춘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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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정치부 차장
입력 2019-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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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당별 법안 발의됐지만 답보 상태

정치권이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촉발된 이번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여의도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당시 조 전 장관의 자녀들이 의학논문의 제1저자 등재를 비롯해 부적절하고 부정한 논문 이력과 인턴 경력 등을 입시에 활용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전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각 정당마다 조사 대상 및 시기, 조사위 활동기간, 조사위 구성, 조사위원 임명권자 등 세부 내용은 모두 다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관련 논의가 답보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큰 틀에서 야당들은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 조사를 위한 특별법안’은 ‘최근 10년간 자녀 입시를 치른 전·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로 조사 대상을 명시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 안은 18~20대 국회의원과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각 시장·도지사 및 교육감 자녀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먼저 정의당은 자당 내 의원들의 자녀부터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보라 한국당 의원은 조사대상을 현역 국회의원뿐 아니라 차관급·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로 넓힌 대신 조사기간은 6개월로 줄였다.

여당인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조사 대상을 20대 국회의원 자녀의 대입으로 제한했다. 조사 시기는 학생부종합전형(당시 입학사정관제)이 활발히 활용된 2008학년도부터다.

현역 의원 297명의 자녀 중 대학에 진학한 경우만 해당되기 때문에 가장 조사 범위가 좁다. 여당 입장에서 ‘수비’를 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현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사위원회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정의당은 15명, 민주당은 13명, 한국당·바른미래당은 9명이다. 조사위원 임명권자 역시 정의당·민주당은 국회의장, 한국당·바른미래당은 대통령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조사 기간은 민주당은 ‘1년+6개월’, 한국당은 ‘6개월+6개월’, 바른미래당·정의당은 ‘6개월+3개월’이다. 당장 지금부터 시작해도 20대 국회 내 처리는 어려운 셈이다. 다음달 10일 20대 정기국회가 종료되면, 여야 마음은 총선이라는 ‘콩밭’에 가 있을 것이 뻔하다.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도 간단치 않다. 결국 이 같은 ‘고구마식 진행’은 정치권의 의지 문제라고밖에 볼 수 없다. 법안들을 대표발의한 의원들의 진정성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조 전 장관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들자, ‘대충 뭉개자’는 정치권 전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명 혹은 몇 십명이라고 특정할 순 없지만 3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의 자녀 중에 입시 비리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 주도의 조사 방식 자체가 의원들이 스스로에게 ‘셀프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조사기구가 꾸려진다고 해도 강제수사권이 없는 것도 한계로 꼽힌다.

조 전 장관은 사퇴하고 ‘자유인’으로 되돌아갔지만 국민, 특히 청년들의 울분은 여전하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입 입시 특혜에 대한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정치권에서 전수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법안들을 발의한 만큼 원칙대로 20대 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야 한다. 최소한 시작이라도 해서 진정성을 입증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색내기식’의 일회성 조사보다는 불공정과 특혜를 근절할 근본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들은 여전히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회적 불공정 문제에 여야도, 이념도 없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15일 오전 경남 진주시 경상대학교 가좌캠퍼스 GNU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2019년도 국정감사에서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보며 부산대학교 전호환 총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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