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원오 성동구청장 "'성수동에 있다' 한 마디가 소셜벤처 기업인 자긍심 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지은 기자
입력 2019-11-12 15:5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세구 기자 k39@]

"성수동의 소셜벤처 기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누가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볼 때 '성수동에 있다'고 답하면 인식이 좋고 인지도도 높다고 합니다. 이 기업인들이 모든 소셜벤처를 대변할 순 없지만 과거에 비해 대내외적 환경이 훨씬 좋아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12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며 성동구가 몇 년째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소셜벤처(Social venture)' 육성의 성과와 반성, 나아갈 길을 두루 제시했다.

소셜벤처란 사회적 목표 달성을 위해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가가 설립한 기업 또는 조직을 일컫는다.

정 청장은 성수동에 10개 안팎의 소셜벤처가 있을 때부터 소셜벤처 정신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소셜벤처 기업이 우리나라 청년들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분야라는 판단이 서 여러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고, 소셜벤처를 이슈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셜벤처 엑스포'도 열었다. 지난달 말 열린 소셜벤처 엑스포는 벌써 3회째를 맞았다. 정 청장은 "이제 '붐업(Boom up)'을 목적으로 엑스포를 열 때는 지났다"고 말한다.

그는 "1회 소셜벤처 엑스포가 이슈화하면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성수동을 소셜벤처 허브로 지정하는 등 성과가 있었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제 홍보는 어느 정도 됐다고 보아, 3회째부터는 소셜벤처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들, 예컨대 판로 지원과 투자 연계에 초점을 두고 준비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취지로 엑스포를 끌어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오랜 기간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의 현재 모습은 상전벽해다. 2015년 140여개였던 소셜벤처는 소셜벤처 육성기관, 기업, 중간지원조직, 임팩트 투자기관이 밀집하면서 올해 현재 320여개로 대폭 늘었다.

정 청장은 앞으로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가 '빌딩 단위 생태계'로 변모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있는 헤이그라운드 1·2호점과 우리가 지은 안심상가에 수십 개 기업이 들어와 있는데 내년 봄 KT&G 빌딩이 오픈하면 더 많은 기업들이 둥지를 트게 될 것"이라며 "빌딩 안에 생태계가 형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이 상상하는 '빌딩 생태계'에서 소셜벤처들은 소통하고 협업한다. 정보와 아이디어가 오가고 새로운 바이어, 고객도 만날 수 있다. 정 청장은 "나중에는 성수동 전역이 빌딩 구조가 될 수도 있다"며 "이를 위해 네트워크 파티 등을 주기적으로 열어 소셜벤처끼리 네트워크 형성을 도울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셜벤처에 실익을 주는 일, 즉 공간지원, 엔젤투자, 임팩트투자, 펀드조성 등 투자자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일은 고된 일이다. 소셜벤처는 그 특성상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는 등 어필할 만한 요소가 뾰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 청장은 "소셜벤처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해 민간의 부담을 덜어주고 정부에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제안해 기업 활동상 제약들이 완화되도록 노력하는 게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서는 대출도 필요한데, 소셜벤처는 담보로 할 만한 게 마땅치 않다 보니 (대출) 평가체계를 재편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소셜벤처는 무궁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고용의 불안정성, 부족한 복지 등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에 "대기업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이용되는 건 아니냐"는 오명도 안고 있다.

그는 "엑스포 때 소셜벤처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할 기회가 있었는데, 소셜벤처는 대부분 작은 기업들이라 근로자 복지 체계가 열악하더라"며 "작은 기업들도 모이면 몇천 명 단위의 큰 기업이 되니, 이런 규모에 맞는 복지 지원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주거복지도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정 청장은 "소셜벤처 밸리에 많은 청년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만큼 성수동에 청년주택을 지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라면서도 "성수동 토지는 대부분 민간 소유인데 땅값도 비싸 구가 매입하기엔 한계가 있다. 성수역과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용답역에 청년주택이 들어서는데, 이 같은 부분이 지자체 주도로 활성화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정 청장은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라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재생 사업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성동구는 2014년 12월 성수동이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용답동, 마장동, 송정동, 사근동 일대에서 8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정 청장은 "동네마다 그 동네 특성에 맞는 도시재생 컬러가 있어야 한다"며 "도저히 도시재생이 안 되는 구역은 블록으로 묶어 개발할 필요도 있다. 이를 통해 도시재생이 보다 완성도 있게 나아갈 것"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특색 있는 도시재생은 특색 있는 일자리로 이어진다. 정 청장은 "도시재생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도시재생은 도시의 물리적 환경개선 외에도 경제·사회적 재생에 비중을 두며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신산업 발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동구는 장안평의 자동차, 마장동의 축산물, 사근동의 빈집을 활용한 마을호텔 등 지역여건에 맞는 특색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첨언했다.

정 청장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해서도 감수성이 높은 편이다. 그는 "도시재생을 해서 지역 여건이 개선됐는데, 지가·임대료가 올라 기존에 살던 사람들, 상인들이 쫓겨나면 도시재생을 하는 의미가 없다"며 "기존 인구가 빠져나가는 것은 다른 의미로 공동체가 파괴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현재로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원천 차단할 뾰족한 수가 없다.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의 가장 중요한 추진 동력은 주민의 지지와 자발적 참여 의사라고 판단하고 구청 간부와 건물주를 1대1로 매칭, 설득 과정을 거쳐 상생협약을 맺어왔다. 현재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69.8%(255개 중 178개소)의 건물주가 상생협약에 동참했다.

이 밖에도 성동구는 성수동1가 서울숲길 일대에서 대기업 또는 프랜차이즈 신규 입점 제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했다.

성동구가 직접 '착한 건물주'로 나서 주변 시세의 70% 수준 임대료로 5~10년간 장기 임대하는 '공공안심상가' 역시 성동구의 대표적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책 가운데 하나다.

이에 따라 현재 성수동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권 중 하나임에도 임대료 인상률이 2017년 2.85%, 2018년 2.53% 등으로 낮은 편이다. 모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시행령'에 의한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인 5% 이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