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땡! 상사 눈치 안보고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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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11-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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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직급 체계 줄이고 자유복장 허용

  • -유연근무제 시행·매주 회의 없는 날 도입도

  • -구조 유지한 채 전시성 활동 치우친 건 한계

덩치가 클수록 동작은 느려지기 마련이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조직에도 해당된다. 업무 체계가 시스템화된 대기업들은 유연한 조직 문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여기에는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수평적, 자율적, 효율적 기업 문화로의 변화에 착수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로제 등 사회적 변화와 함께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라는 신조어가 대변하는 삶의 질에 대한 구성원들의 요구가 그 여느 때보다 거세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회의와 야근, 술 마시는 회식, 퇴근 후 업무 연락 등이 사라지고 있는 배경이다.

삼성은 2016년부터 일찌감치 '스타트-업 삼성'을 선포하며 자율과 창조 중심의 기업 문화를 만들고 있다. SK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위해 회의와 보고를 줄이고 자율 업무 등을 권하고 있다. 삼성과 SK는 직급 체계 단순화와 호칭 일원화를 통해 수직에서 수평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LG는 구광모 회장 취임후 5단계의 직급 체계를 직책과 능력, 성과 중심의 3단계로 간소화했다. 자유로운 업무 문화를 위해 복장을 기존 정장에서 자율로 바꿨고, 매주 월요일은 '회의 없는 날'로 정했다.

3040 세대들은 달라진 조직 문화를 반기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3040세대들은 일을 마치면 조직이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퇴근한다거나 할 말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하는 경향이 있어서 초반에 조직원들 간에 갈등이 있었다"라며 "최근에는 기업 문화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지면서 기성세대들이 젊은 직원들에게 새로운 소통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이 같은 기업문화 개선은 일정 부문 효과를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지난해 발간한 한국 기업문화 및 조직 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에서 특수하게 나타나는 야근, 회의, 보고, 업무지시 및 여성 근로 등 관련 영역 모두에서 2016년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직 문화 변화가 아직은 피상적인 변화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심층 진단에 참여했던 8곳 모두 지난 1~2년간 활발한 기업문화 개선 활동이 이뤄졌지만 이 활동이 실질적인 조직 개선으로 연결된 곳은 1곳에 불과했다.

이는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의 활동은 가족의 날, 정시 퇴근 방송, 소통 행사 등 캠페인성에 치우쳐 있는 탓이다. 또 실제 변화가 있는 경우에도 강제 소등, 집중 근무 시간 운영 등 현상의 개선을 위한 강제적인 조치들이 동원됐다.
 

지난 9월 20일 조성진 LG전자 최고경영자 부회장과 임직원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오픈 커뮤니케이션 ‘무지개 토크’ 시간을 가졌다. [사진=LG전자]

총수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이 같은 경향은 확연히 드러난다. 상위 리더의 권한 독점이라는 구조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평적인 의사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애자일(Agile·기민한) 조직을 그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통적인 피라미드 조직 대신 소단위 팀 간의 협업을 기반으로 유연하게 자원을 배분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빠르게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프로세스가 가능하다. 역동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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