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 뒤 울먹' 대니 리, 아내와 일찍 나온 아기 위해 '챔피언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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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서민교 기자
입력 2019-10-20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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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CJ컵 최종 라운드서 공동선두 토머스와 우승 경쟁


짜릿한 이글로 고국 무대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은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가 기자회견장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웃으며 소감을 밝히던 대니 리는 어렵게 가족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만 울컥했다. 그는 가슴 아픈 개인사를 딛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나인브릿지에 나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
 

[아이언샷 하는 대니 리. 사진=JNA GOLF 제공]


대니 리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나인브릿지에서 열린 더 CJ컵 3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더블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사흘 합계 15언더파 201타를 기록,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공동 선두에 올랐다.

꾸준히 선두권을 지키던 대니 리는 10번 홀(파4)에서 연거푸 샷 실수가 나오면서 아쉬운 더블보기로 2타를 잃어 선두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12번 홀(파5)과 15번 홀(파4)에서 버디로 만회를 한 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극적인 이글로 단숨에 토머스를 따라잡았다. 이 홀에서 투 온에 성공한 대니 리는 약 18m에 달하는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고, 토머스가 보기로 1타를 잃는 바람에 3타 차이를 지웠다.

공동 선두로 최종 4라운드에 나서게 된 대니 리는 PGA 투어 통산 2승 기회를 잡았다. 2008년 US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2009년 PGA 투어에 입회해 2015년 그린 브라이어 클래식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이날 경기 후 대니 리는 “쉽지 않은 라운드였다. 어제, 그저께보다 바람이 많이 부는 컨디션이었으나 그래도 마무리를 잘했다”며 “바람이 세져 한 클럽 반 정도 더 잡아야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18번 홀 이글 상황에 대해서는 “넣으려고 친 게 아니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대니 리는 “앞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 3번 우드로 낮게 티샷 했고, 연습 라운드에서 한 번도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한 샷이 잘 들어갔다”며 “두 번째 샷도 너무 세게 맞아 그린을 넘어간 줄 알았는데 언덕에 맞아 많이 구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글 퍼트는 넣으려고 친 게 아니었다”며 “내리막이 있어서 최대한 천천히 구르게 쳤는데 공이 자꾸 홀 쪽으로 빨려 들어가더라”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인터뷰하는 대니 리. 사진=JNA GOLF 제공]


대니 리는 고국에서 우승 기회를 잡은 것에 대해서도 남다른 의미를 더했다. 그는 “아내도 부모님도 모두 한국인이고, 할아버지도 한국에 사신다”면서 “그동안 한국에 초청 경기로도 많이 왔는데 잘 치지 못해 한국 팬들에게 내 실력을 못 보여드린 것 같아 아쉬웠다. 다행히 이번 주 내 실력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가족 이야기를 이어가며 소감을 전하던 대니 리는 갑자기 머뭇거렸다. 최근 겪은 가슴 아픈 사연 탓이다. 그는 “이 이야기는 정말 꺼내지 않으려고 했는데…”라며 어렵게 말문을 열더니 “아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일요일에 조산을 했다. 크리스마스 때 나와야 할 아기였는데…”라고 눈시울을 붉힌 채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대니 리는 2년 전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명에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는 “그땐 아침에 일어나 다리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심각해 내 골프 인생이 끝이라고 생각했다”며 “다시는 이런 부상으로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좋은 트레이너와 함께 좋은 골퍼가 되기 위해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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