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모든 법률계약서 AI가 검토하는 시대 만든다" 변호사 압도한 법률 AI '알파로'의 아버지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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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10-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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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 변호사 인터뷰

  • 근로계약서 검토하는 법률 AI '알파로' 개발... AI+변호사팀, 순수 변호사팀 상대로 점수 두 배차 승리 거둬

  • 근로계약서 넘어 모든 법률계약서 검토하는 AI 만드는 게 목표, 양질의 법률 데이터 부족으로 AI 개발 어려움 지적

지난 8월 열린 '알파로 경진대회'에서 인간+인공지능(AI)으로 구성된 팀이 인간 변호사와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두자 법조계는 충격에 빠졌다. 법률과 기술이 결합된 '리걸테크(Legal Tech)' 시대가 코앞까지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날 대결에서 인간+AI로 구성된 세 팀은 평균 50점대에 머문 변호사 여섯 팀과 달리 모두 100점을 넘기며 1~3등을 독차지했다. 특히 3등은 변호사 대신 일반인+AI로 구성된 팀이라 충격을 더했다.

이날 승리를 거둔 법률 AI 알파로는 국내 리걸테크 개발사인 인텔리콘연구소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한 모델이다. 인텔리콘연구소는 임영익 대표 변호사의 지휘 아래 국내 법률 시장을 혁신할 다양한 법률 AI를 개발하고 있다.

 

임영익 인텔리콘연구소 대표 변호사.[사진=인텔리콘연구소 제공]


임 대표는 생명과학을 전공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공계 출신 법조인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메타연구소라는 인텔리콘연구소의 전신이 되는 회사를 창업했다. 수학, 물리학, 통계학, 심리학 등을 융합한 실험적인 사업을 하려는 회사다. 당시 메타연구소는 AI를 활용한 교육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대법원 전산 구축 사업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임 대표는 유튜브가 구글에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되고, 미국의 교육 플랫폼 칸 아카데미가 사업화되는 것을 지켜보며 새로운 정보기술(IT) 혁명이 일어날 것을 직감했다. 법률, 교육과 같이 현지화가 중요해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이 진입하기 힘든 시장에서 기회를 찾았다. 그는 뇌과학을 공부하다 한국에 돌아와 사법시험에 응시해 합격,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2010년 메타연구소 시절 동료들과 함께 인텔리콘연구소를 설립했다.

임 대표는 기자와 인터뷰 자리에서 "처음에는 알파로+변호사팀의 승리를 확신했지만, 채점 도중 다른 결과가 나올까 손에 땀을 쥐었다"고 대결 당시를 술회했다. 심사위원의 평가가 기대와 다르게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두 배 이상의 점수 차로 알파로+변호사(일반인)팀이 승리했다.

임 대표는 법률이 세간의 오해와 달리 굉장히 논리적인 학문이며, AI를 활용한 시스템 혁신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는 "법조계에는 소송서류자동작성기, 판결문자동작성기, 손해배상 자동계산기 등 자동화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있다. 이곳에 법률 AI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텔리콘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법률 AI 개발에 착수해 유렉스, 법률메카 등 일반인 대상 서비스를 거쳐 계약서 분석기인 알파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유렉스는 변호사와 일반인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자연어 기반 법률 판례 통합 검색 시스템이다. 키워드 방식의 검색 시스템과 달리 사람에게 물어보듯 질문을 입력하면 결과를 관련도에 따라 보여준다. 결과물을 이해하기 쉽게 그래프로 보여주는 기능(시각화)도 있다. 법률메카는 사람들이 평소 처할 수 있는 다양한 법률적 문제를 물어보면 AI가 이에 따른 질의응답 사례를 찾아주는 자연어 기반 Q&A 서비스다.

유렉스, 법률메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텔리콘연구소는 자연어 처리(문장 인식), 컴퓨터 비전(이미지 인식) 등 2대 AI 분야 가운데 자연어 처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알파로도 마찬가지로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한 법률 AI 서비스다.

임 대표는 법률 AI의 능력을 여과없이 드러낸 알파로의 완성도가 처음 목표의 6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알파로는 수많은 법률 문서 중 근로계약서를 검토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지속해서 알파로의 기능을 강화해 향후에는 부동산계약서, 용역계약서 등 법률계약서 전반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알파로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과 변호사를 위한 AI 도우미가 되는 것이다.

알파로 경진대회 이후 임 대표는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알파로의 성능이 입증되자 많은 기업이 알파로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률 문서를 검토할 일이 많은 기업 법무팀을 중심으로 알파로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 기업 현업에서 알파로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알파로는 기업 시스템에 통합되는 형태로 제공되다가, 점진적으로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법률 AI 개발을 위해 자연어 처리 기술뿐만 아니라 수학, 통계학, 물리학 등 기초 학문이 필요하다며, 특히 법률과 판례 간 관계 구조도를 밝히는 방정식을 만드는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학은 원리를 이해하는 학문이지 결과를 도출하는 공식을 암기하는 학문이 아니라며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 '수포자(수학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를 양성하는 현재 한국 수학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학생들의 수학 기피 현상이 결국 한국 AI 산업 경쟁력 저하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AI 인재 육성을 위해 학문과 학문을 결합하는 융합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 로스쿨과 컴퓨터공학대학이 추진 중인 융합 교육 '코드X(CodeX)'를 들었다. 코드X를 통해 학생들은 법률과 컴퓨터공학을 함께 배운 후 미국 AI와 리걸테크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는 "의료(제약, 바이오), 법률(입법, 행정) 등 두 분야가 AI와 결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라며 "학생들이 의료, 법률과 AI를 함께 배울 수 있는 융합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텔리콘연구소가 단순 AI 개발을 넘어 융합 교육 플랫폼 개발에도 진출할 것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임 대표는 법률 AI 개발에 따르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AI 개발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 부족이다. 일반적인 자연어 처리 AI와 달리 법률 AI를 개발하려면 많은 판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인텔리콘연구소는 대법원이 제공하는 판례 데이터, 구글에서 찾은 법률 데이터, 소속 변호사들이 직접 생성한 데이터 등 세 가지 방식으로 AI 학습 데이터를 확보했다. 하지만 융합교육이 활성화되어 있고 AI 원천 기술 자체가 앞서나가는 미국, 국가 차원에서 모든 법률 데이터를 공개하고 법률 AI를 개발 중인 중국 등과 경쟁하려면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

임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법률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연어처리의 기본인 한국어 ‘말뭉치(특정 목적을 가진 언어 표본)’ 개선 작업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AI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텔리콘연구소도 어려운 한국어와 법률용어에 최적화된 자연어 처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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