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부실 사학 키웠다

윤상민 기자입력 : 2019-10-14 06:10
이 제도로 2011년까지 63개 대학 설립…2012년 폐교 6개 대학도 이때 설립 학자금대출 못하고 정부 재정 못받는 대학 중 절반이 이 제도로 생긴 학교

2011년 폐쇄조치된 성화대학.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 중 부실 사학이 늘어난 주된 이유로는 1996년 시행한 대학설립준칙주의가 꼽힌다.

1970~1980년대 산업화에 따른 경제 호황에 힘입어 인력 시장에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수생, 삼수생이 증가하자 김영삼 정부는 대학을 늘려 산업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 연구에 착수했다. 문민정부는 1994년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대학에도 ‘자율’과 ‘경쟁’을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5·31 교육개혁’을 추진한다. 대학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대학설립준칙주의’도 이때 도입했다.

대학설립 계획부터 최종 설립까지 단계별로 조건을 충족해 교육부의 인가를 받는 인가제와 달리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최소 설립 요건을 갖추면 곧바로 대학 설립을 인가하는 제도다.

실제로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를 시행하면서 신설대학이 많이 생겼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1997년 20개교, 1998년 7개교 등 2011년까지 63개 대학이 설립됐다. 2011년 기준 300여 사립대 중에서 20%가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설립됐다.

하지만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도입 초기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설립기준을 완화하면 부실 사학이 난립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에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당시 대학 평가모형 개발 연구에 참여한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다가올 학생 수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대학설립준칙주의 제도는 타당하지 않았다”며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설립한 대학은 기존 인가제보다 대학 설립이 훨씬 쉬운 만큼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곧바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교육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로 2012년까지 폐교된 6개교(성화대학, 명신대, 건동대, 광주예술대, 아시아대, 선교청대)는 모두 대학설립준칙주의 시행 이후 설립한 대학이다. 이 대학들은 심각한 부정과 비리로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교 폐쇄’ 조치를 당했다. 운영 기간은 최소 3년에서 최대 15년이었다.

이 외에도 2012년 학자금 대출 제한을 받은 17개교 중 47.1%인 8개교,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43개교 중 44.2%인 19개교가 대학설립준칙주의 시행 이후 개교한 대학이다. 조국 사태로 수면으로 떠오른 동양대도 정부의 재정 지원을 제한받는 대학이었다.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설립된 대학 상당수가 부실하게 운영된 것이다.

결국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대학의 자율 경쟁이라는 정부 의도는 퇴색하고 대학 서열화와 부실대학 양산을 초래한 것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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