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NBA 30여년 중국서 세운 '40억달러 제국' 무너지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배인선 기자
입력 2019-10-10 15: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中 중계권료, 스폰서 등 끊기면 연간 15억 달러 손실 예상

  • 25곳 스폰서 중 11곳 '중단' 선언…NBA 경기행사 취소 위기

  • 글로벌기업, 중국 비즈니스 '정치적 리스크' 확대

미국프로농구(NBA)가 지난 30여년간 중국서 쌓아 온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어치의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일 NBA 주요 구단 중 하나인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 발언이 중국서 논란이 되자 아담 실버 NBA 총재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사과를 거부, 중국과 맞서면서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NBA 방송중계, 스폰서, 경기행사 등이 줄줄이 끊기면서 NBA는 중국 진출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 반관영 중국신문망은 휴스턴 로키츠가 중국시장을 잃으면 매년 4억 위안(약 56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봤다. NBA 전체 손실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화권매체 둬웨이망은 NBA의 연간 손실액이 15억 달러 남짓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NBA 전체 매출이 80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연간 매출의 15~20%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NBA에서 뛰는 선수들의 연봉이 1인당 평균 20%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10일 상하이에서 예정된 브루클린 네츠와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경기를 앞두고 9일 저녁 열릴 예정이던 관련 홍보행사가 취소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내 보이콧(불매운동)으로 NBA는 당장 연간 4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중계료 수입이 끊길 처지다. NBA 중계권을 갖고 있는 중국 국영방송 CCTV와 텐센트가 당장 협력 중단을 선언하면서다. 

2015년부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NBA 경기를 독점 중계해 온 텐센트는 올해도 약 15억 달러에 5년 독점 중계권 계약을 연장했는데, 이게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NBA에 따르면 지난 시즌 중국 농구팬 4억9000만명이 텐센트 플랫폼으로 경기를 시청했다. 

중국 CCTV 스포츠 채널도 NBA 시즌 전 경기 중계를 전격 중단했다. 현재 CCTV는 NBA와의 모든 교류 사업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내 TV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는 CCTV는 매년 NBA에 약 7000만 달러 중계권료를 지불해 왔다. 

NBA 중국 스폰서로 활동했던 중국 기업들도 줄줄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 9일 하루에만 NBA 중국 스폰서 25곳 중 11곳의 중국기업이 협력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여기엔 시트립, 둥펑닛산, 창훙, 안타, 멍뉴, 캉스푸 등이 포함됐다.

이미 예고됐던 NBA 경기 행사도 전부 취소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와 선전 현지서 각각 10, 12일 열릴 예정이던 NBA 중국 경기행사는 여전히 계획대로 열릴지 불확실하다. 해당 경기 티켓은 장당 350위안에서 1만8888위안으로 비쌌는데, 판매 1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였다. 

이밖에 중국 대표 온라인쇼핑몰인 타오바오몰, 징둥상청 등에서는 휴스턴 로키츠 관련 상품 판매가 모두 중단됐다. 홍콩 명보는 베이징 왕푸징에 위치한 2층짜리 NBA 플래그십스토어 매장은 농구팬들의 발길이 끊겨 '썰렁하다'고 보도했다.

2000년대 휴스턴 로키츠 선수로 활약했던 야오밍(姚明)이 회장으로 있는 중국농구협회조차 NBA와의 교류 협력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NBA는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당장 아담 실버 NBA 총재는 상하이에서 예정된 NBA 경기를 하루 앞둔 9일 중국을 찾았다. 그는 8일 일본 도쿄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농구팬들과 기업들이 지난 30년간 교류를 봐서라도 우리의 입장을 헤아려주길 바란다"며 "관련 부처와 소통을 통해 이해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야오밍 중국농구협회 회장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며 그와 화해하고 싶다는 마음도 전했다.

실버 총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위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던 데 대해서는 사과를 하지 않아 중국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NBA와 중국과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당시 NBA 총재였던 데이비드 스턴은 직접 베이징 CCTV 본사까지 찾아와 NBA 경기 비디오테이프를 건네며 무료로 중계해달라고 '구걸'했을 정도다. CCTV는 그해 NBA 결승전을 처음 방영, 1994년부터는 NBA 경기를 생중계해 왔다. 

특히 2000년대 야오밍이 휴스턴 로키츠 선수로 활약하면서 NBA는 중국서 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4년부터는 아예 중국 현지에서 NBA 경기를 열었고, 2008년엔 중국에 법인도 차렸다. 중국 신경보 집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현재까지 17개 NBA 농구팀이 베이징·광저우·상하이 등 중국서 26차례 경기를 열었다. 포브스는 지난해 NBA 30개 농구팀의 중국 사업 가치가 4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중에서 정치적 리스크에 휘말린 건 NBA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패션브랜드 자라나 홍콩 캐세이퍼시픽 등도 자사 직원들이 홍콩 시위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중국 관영매체의 공격대상이 돼 중국 대륙서 보이콧을 당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예로부터 중국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에 '3T(티베트(Tibet), 대만(Taiwan), 톈안먼(Tian'an men))'를 논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다며, 최근 홍콩 시위 사태 등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커진 중국에서 사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