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20대가 386에게 저항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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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장
입력 2019-10-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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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86세대는 진보·개혁인가 기득권·이익집단인가

 




통계청은 2010년부터 매년 패널조사 방식으로 가계금융조사(2012년부터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를 실시, 공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부 정책에 가장 중요하게 활용하는 데이터는 소득5분위 배율 또는 소득10분위 배율이다. 소득 하위 20% 계층(또는 소득 하위 10% 계층)에 대한 소득 상위 20% 계층(또는 소득 상위 10% 계층)의 배율을 표시한다. 그런데 가구별 가구원 숫자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OECD 기준인 ‘균등화소득’ 방식을 사용한다. 이 소득5분위 배율(또는 소득10분위 배율)은 최근 그 수치가 확대되면서 하위 20% 계층(또는 하위 10% 계층)에 대한 복지지출 확대 목소리가 높아졌고, 보수정당에서조차 '기초연금 20만원 지급'과 같은 경제민주화 공약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광웅]



정부는 가계소득동향조사(분기별)와 가계금융·복지조사(매년)를 공개하면서 가구주 연령대별 소득을 발표하고 있다. 가계소득동향조사의 경우 39세 이하, 40대, 50대, 60세 이상으로 구분해서 발표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29세 이하, 30대, 40대, 50대, 60세 이상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 연령대별 가구원을 균등화하여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통계)로 일목요연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이 이번에 처음으로 가구주 연령대별 경상소득을 균등화 처리해 비교·분석하였다. 각 연령대별 균등화 경상소득 변화추이를 보면 60세 이상이 가장 높은 연평균 9.5%(금액으로는 3위)의 증가율을 보인다. 이는 2015년부터 시행된 기초연금 지급과 주로 노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장애인연금, 참전용사 수당 등 공적이전소득이 그동안 꾸준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29세 이하는 가장 낮은 연평균 4.7% 증가율에 그쳤다. 8년 동안 균등화 경상소득 증가액 총액도 가장 낮은 746만원에 불과하다. 실질청년실업률 20% 이상인 청년일자리 기근현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50대 연령층을 100으로 환산하여 계산한 각 가구주 연령별 분배비율 역시 29세 이하가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 가운데에서는 가장 나쁜 수치로 나타났다(60세 이상은 대부분 은퇴한 가구주이기 때문에 분배비율은 가장 낮을 수밖에 없다). 다만 60세 이상은 2015년부터 분배비율이 꾸준하게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데 이 역시 기초연금 지급 등 공적이전소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29세 이하도 2010년과 2011년, 그리고 2014년 등 3년은 분배비율이 75% 이상을 보였는데, 이 3년은 경제성장률이 매우 양호한 해이다. 그래서 청년실업률도 어느 정도 감소하면서 낙수효과도 일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가 장기간에 걸쳐서 높은 실업률, 특히 심각한 청년실업률에 신음하고 있는 까닭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OECD 연금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순 연금소득은 순 생애소득 대비 103%였다. 이 말은 곧 근로가 가능한 젊은 연령일 당시 100원을 벌었는데, 노인이 되어 103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그 노인들이 바로 프랑스판 386, 저 유명한 68혁명을 주도한 꼰대들이다. 그들 때문에 프랑스의 러스트벨트라고 불리는 파드칼레와 센생드니 청년실업률은 2016년 무려 각각 34.2%와 38.9%였다. 2012년 당시 사회당 올랑드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파드칼레(청년실업률 25%)와 센생드니(32.6%) 청년들이 오히려 뒷걸음질에 화가 나서 2017년 대선 때 마크롱 지지로 돌아선 결정적인 이유도 결국은 이처럼 부족한 일자리와 높은 세금 때문이었다. 역시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재선 이후 오바마의 미국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경기회복이 시작되며 일자리가 늘어났다. 하지만 트럼프와 힐러리가 격돌한 대선 직전까지 순증한 430만개가 파트타임, 나머지 30만개가 풀타임이었다. 미시간, 아이오와, 오하이오 등 러스트벨트에서 민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는 바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집권당 후보 힐러리를 외면하고 기권했기 때문이다.
 

[최광웅]


2010년 가계금융조사 당시 50대 가구주는 1951~60년생이었다. 이들과 1980년 이후에 태어난 29세 이하의 소득격차가 100대75였다. 8년이 흐른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때 50대 가구주는 1959~68년생, 즉 거의 대부분 386세대로 바뀌었다. 그 사이 50대와 29세 이하의 소득격차는 100대71로 더욱 벌어졌다. 진보와 개혁을 부르짖으며 “서민이 제대로 대접받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던 386세대가 이 사회의 주류로 등장했는데, 불평등은 더 심화되고 있는 아이러니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386은 과연 진보·개혁인가, 아니면 기득권·이익집단인가?

“세상에선 저를 강남좌파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고민은 할 수 있었고, 해왔다.” “당신은 진보와 개혁을 외치면서 왜 금수저, 흙수저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느냐라고 묻는다면 저 역시 비난 받아야 한다. 저만이 아니라 저희 기성세대와 정부가 왜 그걸 못했느냐라면 저 역시 비난 받아야 한다. 해결하지 못했다. 그 점을 고민하고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9월 2일 조국 법무부장관이 국민청문회 형식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며 답변한 내용이다. 386세대의 상징 격인 조국 장관 자신도 인정했듯이, 386세대는 정치적 민주화에는 일정부분 기여한 공이 있으나 경제·사회양극화 해결에 대한 주된 책임이 있다. 최근 1970~80년대생 저자 3명이 공저해 사회·정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386세대 유감’과 ‘평등의 역습’, 그리고 ‘불평등의 세대’가 차례로 출간됐다. 20대는 정치의식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대표적인 부동층(Swing Voter)이다. 그들의 반항은 이유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 보겠다면 여러분은 그래도 아직은 염치가 있는 386이다.

최 광 웅(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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