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로 드러난 교육 불평등…“대학 서열 해체해야”

윤상민 기자입력 : 2019-09-22 10:55
한국대학학회, ‘사회 불평등구조와 대학정책 방향’ 심포지엄 개최

지난 20일 한국대학학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교육은 '지위재'라고 주장했다.[사진=윤상민 기자]

‘조국 사태’로 드러난 입시제도의 불공정,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깨기 위해 대학 서열화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평가 방식도 대학별 특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대학학회는 지난 20일 덕성여대 종로캠퍼스에서 이런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사회 불평등구조와 대학정책 방향-교육의 ‘기울어진 운동장’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서강목 한국대학학회장은 “사회의 불평등과 교육의 불평등, 교육의 불평등과 대학 서열구조, 대학서열구조와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불완전성이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먼저 대학 서열화 구조에 대해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고질화된 교육 불평등: 대학 입시에서 대학재정까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절대적 가치가 분배체계에서 그 재화의 상대적 위치에 의해 결정된다면 이 재화를 경제학에서는 ‘지위재(positional good)'라고 부르는데 교육은 대표적인 지위재”라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학서열체제는 교육의 지위재적 성격을 강화시키고 있다. 소위 SKY 대학(약간 더 넓히면 수도권 15개 대학) 입학과 이들 대학 입학에 유리한 특목고·자사고 진학, 고액 사교육으로 스펙 쌓기 등 학력과 연결된 것들이 모두 지위재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서열 해체를 위해 박 교수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처럼 대학을 균등하게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는 “국립대에 대해서는 거점 국립대를 하나로 묶어 운영하면서도 재정지원에 차별을 없애야 한다”며 “사립대는 공영형 사립대 육성으로 대학을 살리고 지역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평가방식에 대해선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가 ‘불평등구조 심화하는 대학구조조정 정책: 대안은 없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윤 교수는 “대학서열구조는 그대로 두면서 대학입시 제도를 개선해 공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정책은 실패가 예정돼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학구조정책을 비판했다.

3주기 대학평가로 일컬어지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의 핵심은 학령인구 감소시대를 맞아 대학평가를 기존의 정원감축 연계 방식에서 대학 자체 구조조정으로 바꾼 것이다. 정부가 대학에 정원 감축을 강제하던 1, 2주기 평가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에 자율을 준 것이다.

윤 교수는 이를 국가가 책무를 포기한 정책파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도권 중심 서열구조가 확고한 상황에서 곧바로 지방대, 군소대, 전문대가 궤멸할 것”이라며 “서울이나 수도권의 어떤 대학이 학생 충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터에 스스로 정원감축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육 현장이 황폐화되고 비수도권 사립대학이 줄 폐교하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전체 대학을 연구중심대학·교육중심대학·전문기술교육대학으로 구분하고 △각 지역의 필요 대학을 살려 지역민들에게 고등교육 제공하며 △현 사립대 중심 대학체제를 50% 이상 공영형 대학으로 개편할 것 등을 대학구조조정 이후의 대학체제로 제안했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조국 사태에 비춰본 한국의 교육 문제’ 발표에서 “조국 사태가 폭발적인 의제가 된 시기는 조국 딸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라며 “조국 딸로 인해 드러난 계급 갈등은 크게 2개”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첫째 갈등은 최상층 집단과 상층 집단 사이의 갈등이다. 서울대 학생들의 집회는 이 두 계층 사이의 갈등으로 ‘공정’ 담론이 발생하는 영역으로, 미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공정하면 불평등해도 된다’는 관점이 설득력을 얻는 지점이다. 둘째 갈등은 최상층과 상층 집단이 합쳐진 계층과 중하층 집단 사이의 갈등이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불평등’ 문제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조국 딸의 장학금과 관련해서 김 교수는 “서울대는 재학생의 4분의3이 현행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하지만 전체 4분의3이 장학금을 받는 데 반해, 지방대에 다니는 가난한 학생은 오직 국가장학금만 가능할 지경”이라며 “본질은 한국에서 사립대학이 얼마나 장학금을 인색하게 지급하는지를 이번 기회에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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