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에 바뀐 은행 PB 풍경..."'소나기 피하자'식 심리 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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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19-09-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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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위험 중수익' 대표격 ELS 판매에 불똥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영업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이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 운영 전략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까지 번진 탓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PB들이 중위험 중수익 상품의 대표 격인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에 애를 먹으며 포트폴리오 운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1990선까지 떨어지는 등 ELS 투자 적기를 맞았지만, DLF 악재가 불거진 이후 고객들 사이에서 ELS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PB는 "초저금리 시대엔 위험자산으로 돈이 몰리기 마련인데, DLF 사태 이후 반대가 됐다"며 "스테디셀러 상품인 ELS 역시 판매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규모는 4조5888억원으로, 전월 대비 36.3%(2조6195억원) 급감했다. 이달 1~20일 발행액도 1조5640억원에 불과하다. 추석 연휴가 있었고 이달까지 10여일 남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9월 발행액(4조1026억원)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보인다.

펀드 판매에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올 들어 비이자 이익을 늘리기 위해 펀드를 공격적으로 판매해 왔다. 지난 7월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이 판매한 펀드잔액은 86조9733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1.5%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DLF 악재가 터진 이후 펀드 판매가 대폭 줄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한 대형은행은 같은 기간 펀드 판매를 15% 이상 늘렸지만, 8월 잔액은 전월 대비 5% 가량 감소했다. 이달 들어 추석 연휴 전(11일)까지 판매액은 300억원가량 더 줄어들며 펀드 판매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PB들은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보수적으로 수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경색된 탓에 일시적으로 돈을 묶어두려는 고객이 늘고 있어서다. 한 PB는 "최근 몇 달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해외 채권형 펀드를 권하더라도 고객들은 국내 단기형 우량 국공채를 찾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PB는 "'소나기는 피해가자' 식의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확연해졌다"며 "고객들이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금리를 확정해서 주는 상품을 찾고 있어 의미 있는 포트폴리오 조정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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