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 비상] 돼지 사라진 중국인 식탁…"손님들이 가격 듣고 도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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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쑨이란(孙一然) 기자
입력 2019-09-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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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 급등으로 예전보다 먹는 횟수 줄여

  • 음식가격 급등에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

  • 중국 당국 대책 나섰지만 아직 변동성 커

지난해 8월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 발생했다. 이후 13개월이 지난 현재 ASF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중국 내 돼지 사육 두수가 감소하면서 돼지고기 가격도 급등했다. 문제는 돼지고기 가격이 다른 먹거리의 가격 상승도 연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기준으로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46.7% 상승했다. 중국국가통계국(NBS)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식품 물가는 10%나 오르면서 7년 내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아주경제 기획취재팀은 중국에서 현지 주민들의 이메일 인터뷰와 통계·자료 등을 통해 ASF 확산 이후 달라진 중국인들의 식생활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지난 18일 중국 광저우의 한 정육점에 돼지고기 가격표가 나란히 붙어있다. [사진=亚洲日报 독자제공]


◇ 돼지고기 사라지는 중국인의 식탁···"다른 고깃값도 다 올라"

"손님들이 근당 20위안(약 3350원)이 넘어가는 돼지고기 가격을 듣자마자 도망간다. 장사를 시작한 지 2달 정도 됐는데 벌써 3만 위안(약 500만원) 정도의 손해를 보게 됐다."

지난 8월 말 중국 언론매체인 '21세기 경제'(21世紀經濟)에는 광저우(廣州)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의 하소연을 담은 기사가 올라왔다. 돼지고기열병의 확산으로 돼지고기 수급이 불안정해 장사가 힘들다는 것이다.

광저우뿐만 아니라 중국 곳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도 이른바 '돼지고기 대란'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아주경제가 19~20일 양일간 중국 현지 거주민 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돼지고기 가격동향과 식생활 변화에 대한 온라인 조사를 벌였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 수도인 베이징과 주변 지역을 기준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대부분 500g(중국 기준 1근) 기준으로 26~30위안(4370~5042원) 정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고 가격은 500g당 41위안(약 6900원)에 달하기도 한다. ASF 발병으로 가격이 오르기 전인 10~20위안(2689~3361원)대에서 무려 50%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다.

설문에 응답한 이들 중 41.5%는 돼지고깃값이 올라 식습관을 완전히 바꿨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72.7%는 돼지고기 구매 횟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6%는 돼지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국 대도시 중 하나인 톈진(天津)에 사는 이모씨(55)는  돼지고깃값이 상승한 뒤에는 돼지고기를 사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나 쇠고기를 구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씨는 최근 마트는 물론이고 전통시장에서 돼지고기 판매가 크게 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씨는 "사람들은 그저 고기 가격을 물어보기만 하고 사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고모씨(26)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의 가격은 거의 다 올랐다고 보면 된다"면서 "간혹 오르지 않은 곳도 있기는 하지만, 들어가는 고기의 양이 확연하게 줄었다"라고 답했다.

허난성(河南省) 정저우(州)시에 거주하고 있는 류모씨(30)는 집에서 확실히 돼지고기 요리를 하는 횟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류씨는 "정육점에 간다고 하더라도 이전보다는 훨씬 적은 양을 살 수밖에 없다. 돼지고기 요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전보다는 요리 횟수가 크게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서민들에게는 돼지고기가 '고급 음식'이 돼가고 있다. 베이징에 7년째 거주하는 한국인 김모씨(28)는 "외식 음식 가격이 모두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돼지고기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음식들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돈이 부족한 젊은 사람들이 더 크게 타격을 받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인터넷에도 외식 메뉴들의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해 제보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저렴해 일반 시민들에게 인기 있던 음식들의 가격 급등이 눈에 띈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돼지고기 덮밥의 경우 12위안(약 2000원)하던 메뉴가 17위안(약 2900원)으로 급등하거나, 볶음밥의 경우 10위안(약 1700원)에서 14위안(약 23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신경보(新京報)가 웨이보 계정에 올린 돼지고기 가격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도 시민들의 불만은 읽을 수 있다. 댓글은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 오리고기도 모두 가격이 올랐다.”, “물건들이 모두 값이 오르고 있다! 월급만 오르지 않는다!”, “지금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와 아침 식사까지 값이 올라 국민들이 살 수가 없다"와 같은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중국 톈진의 한 마트 돼지고기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 가격은 500g 단위로 붙어있으며, 부위별로 다른 가격이 붙어 있다.  [사진=亚洲日报 독자제보 ]

◇중국 정부의 이어지는 대책···가격 불안은 계속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중국 공산당 정부도 대책 마련과 여론 안정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18일 중국 국가발전 및 개혁위원회는 브리핑을 통해 이달 11일부터 17일까지 36개 중대 도시 돼지고기의 평균 소매가격이 하루 평균 0.28% 올랐다고 밝히면서 8월보다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중국비축상품관리센터는 지난 19일부터 비축 냉동 돼지고기 1만t을 시장에 공급한다. 업체당 300t까지만 구입할 수 있다. 앞서 광둥성(廣東省) 식량물자 비축국과 재정청은 추석 연휴 기간에 비축 냉동 돼지고기 1260t을 시장에 풀어 가격안정에 나선 바 있다. 절강성(浙江省), 하이난성(海南省)도 지난 14일부터 비축 냉동돼지고기를 시장에 공급해 가격 안정에 나섰다고 중국 현지 언론은 전했다.

상하이 일부 판매점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1인당 1㎏한정으로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한 500g당 18.5 위안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행사도 벌이고 있다고 신화통신(新華社)은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농업농촌부 소속인 시장정보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전국 농산물 도매시장 돼지고기 평균가격은 ㎏당 36.47위안(약 6130원)으로 전날보다 0.7%가 올랐다. 중국 농업농촌부 통계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400개 현(縣)의 8월 돼지 보유량은 지난달보다 9.8%,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38.7%나 줄어들었다. 

중국 '경제일보'(經濟日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래 현재까지 중국에서 폐사 처리된 돼지 수는 119만 마리에 달한다. 첫 발병당시부터 현재까지 중국 전역에서 돼지 사육이 금지된 지역의 면적은 63만6000 ㎢에 달한다. 이전하거나 폐쇄된 농가의 수도 21만 3000개나 된다. 

또 다른 중국 경제매체인 제일재경(第一財經)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돼지고기 총생산량은 대략 5400만t이지만, 올해는 3600만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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