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 "똑같은 쌀 아니에요"…바로 빻아 쌀가루 만드는 '가루미'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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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입력 2019-09-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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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리는 번거로움 해소…비용 절감 효과 가져와

  • 가공식품 개발에 활용…관련 산업 활성화 기대

최근 쌀로 만든 빵이나 케이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밀가루보다 소화가 잘되고 건강에도 좋다는 인식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 쌀을 소비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쌀을 이용해 떡이나 빵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가루로 만들어야 하기에, 우리가 주로 먹는 단단한 쌀인 '멥쌀'은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이 필수다. 물에 불리는(습식제분) 시간과 비용이 밀가루를 만들 때와 비교해 2배 이상이다. 이 때문에 쌀가루 가공산업은 다른 가공산업에 비해 비용이나 시간이 더 들어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기존의 멥쌀과는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밀처럼 바로 빻아서 쌀가루를 만들 수 있는 벼 품종이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쌀가루 전용 품종인 '가루미'는 불리는 과정이 필요 없는, 부드러운 쌀을 재배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쌀가루 전용품종인 가루미. [사진=농촌진흥청]

농진청은 지난달 쌀가루 전용품종 가루미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가루미 쌀은 소규모 업체의 제분기로도 쉽게 빻고, 대규모 밀 제분 설비에 현미를 넣어 대량으로 생산할 수도 있다. 농가에선 병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과 돌려짓기를 하는 장점이 있다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계의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들면서 간편식 시장을 중심으로 가공 분야 쌀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쌀 가공식품 개발에는 중간재인 쌀가루가 저렴하고 균일한 품질로 공급되는 것이 필요한데, 가루미가 건식제분에 적합한 품종이라는 것이다.

농진청 분석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식품산업에서 원재료로 구매된 쌀 58만6000t 가운데 쌀가루는 5.6%인 3만3000t에 불과했다. 쌀을 불리는 번거로움이 산업화를 더디게 만드는 측면이 있었다.

김두호 국립식량과학원장은 "쌀가루 전용품종인 가루미는 적은 비용으로 친환경 쌀가루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 농진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천소재인 분질배유를 갖는 벼 품종"이라며 "이번에 특허출원한 가루미1·2 품종은 농가와 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리빙랩 형태로 보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구자와 생산자, 소비자 등을 연계한 연구를 통해 분질미의 활용을 촉진하고, 부가가치를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가루미는 질 좋은 쌀가루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작은 힘으로 쉽게 빻을 수 있는 '분질미'여서 새로운 가공소재로서의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농진청이 개발한 쌀가루 전용 품종은 크게 분질미와 '연질미'로 구분된다. 배유절단면을 관찰했을 때 분질미는 배유 전체에서 전분 알갱이가 성글게 배열된 반면, 연질미는 바깥쪽 부위가 멥쌀과 같이 치밀하게 배열된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가루미 쌀가루로 만든 빵의 맛과 식감이 기존의 쌀가루보다 더 좋거나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쌀맥주와 떡의 원료곡으로 사용했을 때도 전분 알갱이가 성글게 배열되는 배유 특성으로 가공공정이 줄어든다.

쌀맥주의 경우 기존방식은 쌀가루를 열처리한 후 투입했는데, 가루미는 현미를 파쇄한 후 바로 투입해도 당화에 무리가 없다. 떡도 기존에는 6시간의 침지가 필요했지만, 가루미는 쌀을 씻고 30분 물빼기 후 바로 롤러 작업을 할 수 있다.

가루미는 이처럼 강점이 많아 현재 유통되고 있는 쌀가루나 밀가루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농진청은 기대한다. 재배 농가와 가공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리빙랩' 형태가 이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리빙랩을 통해 소비자가 지향하는 차별화·고급화 가공품을 개발하고 홍보도 병행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현재 가루미2 품종은 평택, 곡성, 계화, 산청, 보령, 고흥 등 6개소에서 11ha 면적으로 재배 중이다. 제분과 가공을 위해 6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점호 농진청 작물육종과장은 "건식제분을 통해 쌀가루 제분 비용은 많이 줄일 수 있지만 최근 쌀값 상승으로 가공용 쌀의 경쟁력이 더욱 나빠진 상황"이라며 "리빙랩을 통해 고급화·차별화한 가공품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빙랩에는 11개 생산·가공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가루미는 타 작물과의 돌려짓기로 밥쌀용이 아닌 차별화한 원료곡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과 햅쌀 가공품만을 판매하는 업체의 생산비 절감, 우리 밀을 고집해온 제과점들의 신선한 쌀 빵 생산에 대한 관심, 쌀맥주·떡류에서의 가공제품 생산 공정 간소화 등 새로운 식품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 과장은 "리빙랩 참여 업체들은 이미 차별화한 많은 가공시제품을 개발해 시장반응을 살피고 있다"며 "쌀맥주와 현미 쌀빵의 경우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아 제품 양산 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농진청은 건식 분쇄 장치를 이용한 쌀가루 생산, 즉석 제분 떡의 물성 평가 및 각 업체가 생산한 가공시제품에 대한 소비자 평가 등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농진청은 안정적인 생산과 함께 더 다양한 활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선 연구과제로 수행하는 '최대 안정생산 기술 개발' 및 '분질미 활용연구'에 가루미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재배법을 확립하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차별화한 가공품 개발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 과장은 "중장기적으로는 원료곡의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 재배 안정성이 높은 초다수성 분질미를 육성할 것"이라며 "쌀가루 장기유통을 위한 산패 억제, 쌀가루 반죽의 부품성 개선을 위해 유용 유전자들을 탐색·활용해 분질미 쌀가루의 상품성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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