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쌍둥이 세수 적자 우려… 재정건전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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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9-09-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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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투입 늘리지만 국세 세수 감소

  • 내년 국가채무 800조원 넘어설 듯

  • "생산성 높이는 재정지출 확대해야"

국세수입 변동 추이.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둔화하는 국면이어서 앞으로 세수 확대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지출이 지속해서 늘어나면 미래 세대는 지금 느끼는 것 이상으로 부담이 될 겁니다."

경기가 신통치 않다 보니 갈수록 세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부진과 기업의 실적 악화로 그동안 우려했던 '세수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 활력과 일자리·복지 확대를 위해 재정투입을 늘리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국세 수입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씀씀이는 커지는데 수입은 늘지 않으면서 재정 건전성은 빠르게 나빠질 전망이다. 이른바 쌍둥이(가계+기업) 세수 감소는 이런 상황을 더욱 부추긴다. 정부는 연말께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세수 감소 추세를 고려하면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세 수입은 작년보다 8000억원 줄어든 189조4000억원이었다. 목표 수입 대비 실제로 걷은 세금의 비율인 세수 진도율은 작년보다 6.7% 포인트 하락한 64.2%다.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다.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도 5%를 지방으로 이양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지방소비세율을 11%에서 15%로 인상하면서 2조7000억원의 부가가치세가 줄어든 것이 세수 감소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 증가세 둔화도 한몫하고 있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0%, 2.1%에 머물렀다. 작년에는 각각 5.9%, 6.1%였다. 또한 유류세 인하정책에 교통세가 1조원 가까이 줄었다. 법인세는 1조9000억원 증가했지만, 돌려주는 환급액이 늘면서 최종적으로 법인세도 덜 걷혔다.

올해 6월까지 59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던 재정적자는 7월에 48조2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50조원대 아래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부 재정은 국가가 위기에 대응할 때 쓸 수 있는 '실탄(대응 여력)'이다. 세수는 감소하는데 지출은 늘어나니 재정 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국가 채무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내년 중앙·지방정부가 직접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어선 805조5000억원을 기록할 예정이다.

올해 740조8000억원에서 무려 64조7000억원 불어나게 된다. 이 중 59.2%가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악성 채무인 '적자성 채무'다. 적자성 채무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한 이자 지출 비용도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총 이자 지출은 올해 15조9829억원에서 2023년 20조1517억원으로 연평균 6.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앞서 "재정 건전성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고 증세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은 국가채무비율이 110%를 넘고 일본은 220%를 넘는다"며 "우리의 재정 건전성은 절대 규모로 봤을 때 안정적(국가채무비율이 39.8%)이고 탄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과의 온도 차도 분명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아직 재정 건전성이 괜찮다고 설명하지만,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지출 규모는 끝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1990년대 재정지출 확대를 시작한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부채비율을 갖게 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1990년대 일본의 사례를 보면 빚을 내서 적자를 메우는 형태였다. '향후 경기가 좋아지면 세수(稅收)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적자를 메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사로잡힌 시절이었다.

일본에서 잠복했던 우려는 결국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1991년까지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를 밑돌던 재정적자 비율이 1994년 5%를 넘어섰고 2000년대 들어서는 10%대로 올라섰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2년에는 240% 수준으로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세수가 줄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 514조원의 슈퍼 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크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거둬들일 세금이 없는 반면 경기 부양을 위해 쓰기로 한 돈은 많아지면서 재정 건전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에 대한 준칙을 마련해 늘려야 하고, 어떤 분야를 늘릴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부 사업 부분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사전검토가 필요한 만큼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 있는 정책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단기적 소모성 지출이 많다"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생산성을 높일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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